(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과거의 정신적 충격이나 선천적인 정신 질환을 이겨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꿈과 행복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내 이를 극복한 소녀들의 이야기가 관객을 찾아간다.
'오목소녀'의 주인공 이바둑은 패배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야의 오목 고수를 찾아가고, '스탠바이, 웬디'의 주인공 웬디는 자폐증을 앓고 있지만 스타트랙 시나리오를 제출하기 위해 혼자 LA까지 600㎞가 넘는 모험을 시작한다.
◇ 기원 알바가 된 '바둑 신동'의 오목 도전기
전작 '걷기왕'에서 독특한 연출 스타일로 주목받은 백승화 감독의 신작 '오목소녀'는 패배 공포증에 사로잡힌 소녀가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이바둑(박세완 분)은 한때 바둑 전국대회를 휩쓸 정도로 잘나간 바둑 신동이었다. 그러나 패배를 모르던 이바둑은 처음으로 겪게 된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만 바둑계를 떠나게 된다.
생계를 위해 기원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바둑 앞에 오목 고수 김안경(안우연 분)이 나타난다. 이바둑은 상금 50만 원을 노리고 김안경이 알려준 동네 오목대회에 출전하지만 첫 경기에서 패하고 다시 한 번 패배의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하지만 이바둑은 패배의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재야의 고수 '쌍삼'에게 오목 훈련을 받고 다시 한 번 전국대회에 도전한다.
만화 같은 스토리에 만화 같은 연출이 어우러진 영화다. 기존 영화의 화법으로 바라보면 여러모로 낯설다. 우선 러닝타임부터 57분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상업영화 길이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는 6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웹드라마 형태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에 앞서 1·2화 에피소드는 SK텔레콤의 영상 플랫폼인 옥수수로 먼저 공개됐다.
과거의 충격에 사로잡힌 주인공이 재야 고수를 만나 이를 극복하고 다시 도전에 나선다는 이야기 구조는 전형적인 청소년 명랑 만화의 스토리를 따른다.
또 김안경의 왼손에 인형 눈을 붙이고 등장하는 '왼손' 캐릭터는 그야말로 만화에서나 볼 법한 연출이다.
만화와 시트콤을 결합한 듯한 연출이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
◇ 자폐증 스타트랙 '덕후'의 험난한 여정
7살에 데뷔한 다코타 패닝은 어느새 똘똘하고 귀여운 소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강렬한 락커와 매혹적인 뱀파이어, 첫사랑의 아이콘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펼치는 성인 연기자로 성장했다.
30일 개봉하는 '스탠바이, 웬디'에서 다코타 패닝은 자폐증 증세가 있는 소녀 웬디 역할을 맡았다.
싱글맘인 어머니와 언니 오드리가 웬디를 돌봤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오드리도 결혼하게 되면서 웬디는 보호시설에 맡겨지고 만다.
타인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웬디가 딱 하나 관심을 보이는 것은 미국 드라마 '스타트랙' 시리즈다. 웬디는 1966년 처음 방송된 스타트랙 시리즈의 모든 등장인물과 우주선, 자질구레한 소품까지도 정확히 꿰고 있다.
그런 웬디에게 스타트랙 시나리오 공모전 소식이 들려온다. 웬디는 며칠 밤을 새우고 수정에 수정을 거쳐 427쪽짜리 시나리오를 완성한다.
하지만 공모 마감일은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 웬디는 직접 파라마운트 픽처스에 시나리오를 전달하기 위해 '절대 마켓가(街)를 넘어가면 안된다'는 보호시설의 금기를 깨고 LA행 버스에 오른다.
물론 웬디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다. 버스에서 쫓겨나고, 강도를 당하는가 하면, 얻어탄 버스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등 온갖 고초를 겪는다. 그러나 웬디는 시나리오를 제출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직진한다.
웬디에게 바깥세상은 위험으로 가득 찬 미지의 세계나 마찬가지다. 언니 오드리는 물론 웬디도 자신을 믿지 못하고 살아왔지만 웬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의 행복을 위해 용기를 내고 더 성장해 나간다.
아직도 국내 관객에게는 똘망한 소녀 이미지가 강한 다코타 패닝이 다소 후덕한 외모의 '스타트랙 덕후(어떤 분야에 몰입하는 사람)'로 변신한 모습도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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