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연금 류샤 출국허용 촉각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퇴진을 주장했다가 구금된 인권변호사의 부인을 접견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미망인으로 가택 연금중인 류샤(劉霞)에 대한 관심을 에둘러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전날 베이징에 도착한 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활동을 해온 위원성(余文生) 변호사의 부인 쉬옌(許艶)을 접견하고 중국 인권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 인권운동가 야오젠칭(姚建淸)은 트위터를 통해 이 소식을 전하면서 메르켈 총리가 쉬옌과 함께 사진도 찍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일 정부당국은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확대와 중국의 반발 가능성을 의식해 다소 소극적인 방식으로 중국 인권문제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위 변호사는 지난 1월 19일 국가정권 전복 선동 혐의로 체포돼 지금까지 구금돼 있는 상태다. 중국 당국이 2015년 7월 9일 300여 명에 달하는 인권운동가들을 잡아들인 이른바 '709 검거' 사건의 변호인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의 퇴진을 호소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 직후 자택에서 연행돼 구금된 위 변호사는 출국 금지, 변호사 자격 박탈 처분을 받은 뒤 지난 4월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시에서 국가정권전복 선동 및 공무방해 혐의로 정식 체포됐다.
독일 인권단체들은 위 변호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왔다. 독일 인권운동가 바르벨 코플러는 지난 1월 중국 당국에 위 변호사의 즉각적 석방을 호소하며 "위 변호사가 했던 모든 일은 중국의 민주개혁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외국 기관이 중국에 어떤 사람을 석방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다"며 독일을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비공개 활동은 중국 인권상황에 대한 관심 표명을 통해 중국 측에 류샤의 출국 허용을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메르켈 총리는 이틀간의 베이징 체류 기간에 류샤를 언급하거나 만나지는 못했다.
류샤는 지난해 7월 남편 류샤오보가 간암으로 사망한 이후 우울증과 심장질환 등을 앓으며 베이징 자택에 연금돼 있는 상태다.
통신은 류샤 친구들과 접촉을 통해 류샤가 현재 중국을 떠나 독일로 갈 수 있는 소식을 기다리며 전화기 옆을 지키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한 지인은 류샤에게는 현재 중국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가 최대 희망이라고 말했다.
중국 인권운동가들도 메르켈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만날 때 류샤가 독일에서 요양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출국 허용을 요청하길 바라고 있다.
메르켈 총리와 회담하는 자리에서 리 총리는 기자로부터 류샤 상황을 묻는 질문을 받고 "'개별적 사안'에 대해 상호존중과 평등협력의 기초에서 대화해 중국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류샤의 출국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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