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 차별·위험 없기를"…'구의역 사고' 2주기 추모제

입력 2018-05-26 15:40  

"노동에 차별·위험 없기를"…'구의역 사고' 2주기 추모제
희생자 옛 동료 추모 편지 "정규직 전환됐지만 차별 여전"
시민단체·노조 "안전하게 일하고 위험 거부할 권리 법제화하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김군아, 네가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난 이후, 세상은 더디지만 조금씩이나마 변하고 있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게. 부디 그곳에서는 차별과 위험이 없기를 바란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직원 사망사건' 2주기(28일)를 앞둔 26일 관련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이 구의역에서 추모제를 열어 고인의 넋을 달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은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1번출구에서 추모문화제를 열고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다 숨진 김모(당시 19세)군을 추모했다.
김군과 같은 스크린도어 정비업체에서 일했던 동료들은 추모 편지에서 김군에게 "네가 허망하게 떠난 이후 세상은 조금씩이나마 변하고 있다"며 "이율과 효율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동자들은 외주화와 용역이 아닌 직고용, 나아가 정규직이 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꽃다운 스무 살이던 너의 죽음이 가져다준 대가라기엔 보잘것없지만, 이런 노력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짚었다.
이어서 "한편으로는 이런 노력이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너의 사고를 조사한 진상조사단이 권고했던 사항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사흘 전 서울시가 '지하철 승강장 유지관리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직원은 평균 연봉이 88%가량 올랐다'고 발표한 내용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군에게 "네가 그 기사를 보았다면 동료들 처우가 개선됐다며 좋아했을지 모르지만, 무늬만 정규직일 뿐 전환 과정에서 7급보·경력미인정 등 기존 사규에도 없던 또 다른 차별이 생겼고 월급이 5천원∼1만원만 오르거나 심지어 삭감된 직원도 허다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나마 우리는 정규직 전환이라도 됐지만, 도시철도엔지니어링(ENG) 등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도 되지 못한 채 여전히 용역과 다를 바 없는 자회사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그래도 네 죽음이 네 잘못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였음을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진정으로 생명과 안전이 우선시되고 모든 차별이 사라진 현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너를 진정으로 추모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편지를 마쳤다.
주최 단체들은 '생명 안전 선언'을 통해 "안전하게 살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생명안전기본법'과 같은 법률을 제정해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면서 "이 법에 국가와 기업의 책임, 안전의 개념, 민관 합동 국민안전위원회 설치 등을 명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들은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작업을 거부하거나 중단할 권리, 업무의 모든 위험에 대해 알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면서 "철도·지하철·병원·에너지 등 공공서비스 부문의 민영화와 외주화를 끝내라"고 촉구했다.
추모제에서는 김군의 넋을 달래는 살풀이춤과 노래 공연 등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김군이 숨진 구의역 9-4 승강장에 국화꽃을 놓았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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