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나흘간격 미·북 정상과 회담…북미회담에 청신호 기대
미국의 北체제안전보장 방안 들려주고 '조기 비핵화' 강조했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나흘 사이에 이뤄진 남·북·미 3자의 드라마틱한 정상 외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 이후 '탈선' 위기의 한반도정세를 본 궤도로 되돌려 놓을지 주목된다.
26일 판문각에서 열린 올해 2번째 남북정상회담은 자신의 중재로 만든 한반도 정세 전환의 '판'이 깨질지 모르는 위기를 문재인 대통령이 수습하기 위해 직접 나선 모양새였다.
3월 대북 특사외교를 가교로 북미정상회담을 만들고,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명문화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비핵화 방법론 등을 둘러싸고 삐걱대는 비핵화·평화 프로세스 논의를 정상화하려고 한 달여 만에 남북정상회담 재개최라는 회심의 승부수를 던진 격이었다.
남북 정상이 만난 타이밍으로 미뤄 이번 회담은 '교착된'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발 북미정상회담 취소 선언후 북한이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유화적인 담화를 통해 상황 수습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북미회담이 당초 합의대로 6월 12일 열릴 수도 있다고 밝힌 점을 고려할 때 이날 남북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북미정상회담 일정 되살리기와 북미 간 이견 좁히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2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육성을 토대로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입장, 북한에 대한 미국의 요구나 제의 등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김계관 부상의 25일 담화는 북한도 트럼프가 요구하는 일괄타결식 해법과 빠른 속도의 비핵화 이행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는 의미"라며 "이번에 남북정상은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어떻게 진행할지를 논의하는 한편, 4·27 남북정상회담 때보다 더 실질적이고 타협가능한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관해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문 대통령은 북한이 우려하는 체제안전보장 문제에 대해 미국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을 것"이라며 "더불어 비핵화의 착수부터 완료까지의 과도기 단계 체제보장 방안으로서 남북미 3국 정상의 '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종전선언을 위해 북미정상회담에 바로 이어서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 남북 정상간에 논의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체제안전보장을 위해 한미가 해 줄 수 있는 것을 분명히 밝히는 동시에 문 대통령은 '일괄타결' 방안과, 핵무기·핵물질·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국외 반출 등 중대한 비핵화 조치의 조기 이행 등 미국의 요구에 북한이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성을 강조했을 수도 있어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북간에 대화 재개 문제로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비핵화 대화가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적극적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교가는 북미정상회담 재개 결정 및 의제 조율을 위한 북미 고위급 접촉이 조만간 제3국에서 이뤄질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앞으로 1∼2주가 한반도정세에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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