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등 대대적 보도…남측보다 4시간 앞선 '내용 발표' 보도
김정은, 北주민에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정상회담 추진 알리기 '총력'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5·26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하루 늦은 27일 발표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표 연기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요청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어제 논의한 내용을 왜 어제 바로 발표하지 않고 오늘 발표하게 됐냐면 김정은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지연 발표'의 이유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측은 북측의 형편 때문에 오늘 (정상회담 결과를) 보도할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도 오늘 발표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고 부연했다.
우선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설명한 '북측의 형편'이란 북한 매체의 보도 방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통상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과 관련한 보도를 발생 시점 하루 뒤에 보도한다. 중요한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인터넷과 방송 등을 통해 즉각 보도하는 우리 언론과는 다르다.
실제 북한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남북정상회담 다음날인 이날 오전 6시 대내용 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정상회담이 열린 소식을 처음으로 보도했으며, 잇따라 오전 6시 8분에는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송고했다.
결과적으로, 북한 매체의 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 내용 보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보다 4시간이나 빨랐다.
무엇보다 북한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내용 매체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노동신문(노동당 기관지)에 5·26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게재하기 위해 우리 측에 발표를 하루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과 2면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소식을 관련 사진 18장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중앙TV도 오전 9시 12분부터 이번 남북정상회담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특히 북한 TV는 남북정상회담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사용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북한이 이처럼 우리 측에 발표 연기까지 요청하며 5·26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대내용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주민들에게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정상회담도 대내용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발표 연기까지 요청한 것은 그만큼 대내용 매체를 통해 동시에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의미"라며 "대내용 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대남 및 대미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yooni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