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한반도를 둘러싼 난기류가 다행히 걷히고 있다. 급박한 정세 변화 속에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열린 5·26 남북정상회담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라는 먼 여정 속에 직면하게 될 어떤 난관도 남북이 의지만 있으면 극복 못 할 바 없음을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두 번째 정상회담은 한반도 정세의 불투명성을 완화하고 북미정상회담 재추진에 탄력을 붙인 승부수로 평가할 만하다. 동력을 잃었던 판문점선언도 이행 궤도로 복귀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 이틀 만에 열린 이번 회담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적절했다.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김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격식과 의전을 떠나 허심탄회한 두 지도자 간의 대화에만 초점을 맞춘 점도 나쁘지 않다. 중대한 현안 발생 시 언제든 만날 수 있음을 두 지도자는 이번에 보여줬다. 남북 간의 새로운 선례를 만든 셈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에는 핫라인(직통전화)도 설치돼 있다.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만나거나 통화하며 진정성 있는 대화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된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의 일방적 고위급회담 취소 이후 삐걱거리던 남북관계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다시 정상궤도로 복귀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애초 북한이 갑작스럽게 한미연합공군훈련인 맥스선더 훈련 등을 문제 삼았던 것은 자충수였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었는지 모르지만, 셈법은 틀렸고, 결과는 북한이 원했던 북미정상회담의 취소 통보로 돌아왔다. 과거와 같은 상투적 수법의 협상술이 더는 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북한도 깨달았길 바란다. 앞으로 합의하고 하루아침에 뒤집는 일들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 정상은 오는 6월 1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도 연이어 갖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지난달 첫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개선 등과 관련해 다양한 합의를 담은 판문점선언을 도출했지만, 이행방안을 논의할 후속회담은 아직 갖지 못했다. 당장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를 비롯해 논의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이들 회담에서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이다. 하지만 핵심의제인 북한 비핵화 방법론에서부터 북미 간 간극은 작지 않다. 일괄타결과 핵무기 조기반출 등 미국식 해법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 간에 괴리가 크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내달 12일로 추진 중인 싱가포르 정상회담까지 남은 기간은 3주가 되지 않는다. 비핵화 방법에 대한 이견으로 북미정상회담 추진이 다시 삐걱거리는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진짜 비핵화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에 대한 미국 요구 사항을 매우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의지만 있다면 미국이 원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의 구체적 방법을 찾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한 결단을 촉구한다.
북한이 우려하는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합의도 이뤄져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대북 적대정책 철폐 및 체제안전 보장'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북한에 일방적인 비핵화만 '양보'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비핵화 방법과 함께 북한의 우려를 함께 해소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북미 양측 간에는 불신이 상당하고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 양측이 더 이상의 샅바 싸움은 자제한 채 남은 기간 실질적이고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의 정상이 보일 때부터 한 걸음 한 걸음이 더욱 힘들어지듯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평화에 이르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앞으로 어떤 난관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운전자로서의 우리 정부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확고한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 단기간 내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가 첫째 원칙이 돼야 한다.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와 진정한 번영은 그곳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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