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이 무역적자 시정 조치의 일환으로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수입을 늘리겠다는 중국에 장기계약을 맺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보도했다.
미국은 최근 중국에 수입 확대를 희망하는 품목들을 제시한 상태다. 윌버 로스 장관은 금주 말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측과 이들 품목을 협의하고 다년간 수입 계약을 맺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 장관은 중국에 머무는 동안 중국 측 협상대표들이 최근 워싱턴을 방문하면서 다짐한 수입 확대 방침을 굳히도록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약속을 계약으로 명문화하고 이행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미국 측의 입장이다. 과거 중국이 미국과 합의해놓고 어긴 사례들을 상기한 결과다.
로스 장관은 중국이 현재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원유와 정유제품, 액화천연가스와 함께 쇠고기, 가금류, 콩과 같은 농산물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은 중국 측에 수입 쿼터를 철폐하는 것은 물론 조류 인플루엔자(AI)를 구실로 한 미국산 가금류의 수입 제한과 같은 '차별적' 조치들의 수정도 요구할 방침이다.
협상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런 무역 장벽들이 철폐된다면 미국의 대중 농산물 수출이 2배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의 대중 농산물 수출은 196억 달러였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지난 5년간 큰 변함이 없었고 그 대부분은 미국산 콩이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미국산 콩은 124억 달러 상당이었다.
앞서 중국과의 1차 무역 협상을 이끌었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미국산 에너지의 대중 수출이 연간 500억∼6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출 총액은 1천304억 달러였다. 에너지 수출을 그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다년간 수입 계약을 맺는다면 미국의 주요 동맹인 유럽연합(EU)과 호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대중 수출 기회를 빼앗기는 셈이다.
한편 행정부 관리들은 지적 재산권(IP) 부문의 개혁,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의 수정 등과 같은 장기적 변화도 추진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양강 사이에서 이뤄지는 대타협은 이런 중대한 양보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미국 측의 주장이다.
소식통들은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 측에 장기계약을 압박하는 것은 무역 협상의 성과를 양국에서 불거질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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