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서 이례적 긴 해명·반론…"부실이라고 틀 맞춰가는 듯"
"드루킹, 언론보도 보면서 진술 바꾸고 일당과 입 맞춰"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경찰이, 경찰 수뇌부가 사건을 축소·은폐한다는 틀을 맞춰놓고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입니다."
'드루킹' 김모(49, 구속기소)씨 일당의 포털 댓글 여론조작 사건 축소·은폐 논란에 시달려 온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긴 발언을 쏟아내며 심경을 토로했다.
이 서울청장은 "사이버수사 성격상 일반 강력범죄처럼 바로 답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공개하지 않은 것이 은폐·축소로 비쳐 수사팀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지난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이 드루킹에게 의례적 감사 메시지만 보냈다고 설명했다가 실제로는 김 전 의원이 기사 링크(URL) 10건을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최근에는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을 드루킹에게 소개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아 '청와대 직거래·경찰청장 패싱' 논란도 일었다.
이 서울청장은 "내가 김 전 의원과 관련해 객관적 증거가 없다거나 자금수사 계획이 없다고 한 적이 없는데 그렇게 보도된다든지, 사실 불만이 많다"며 "팩트(사실)가 아닌 것을 갖고 부실(수사)로 틀을 맞춰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비서관 관련 내용을 두고는 "수사가 더 필요한 사안이고, 본청장에게 보고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며 "개별적 수사 상황에 대해 지방청장이 본청장에게 보고하는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송 비서관 관련 내용을 청와대에 따로 보고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하면서 '청와대 직거래·경찰청장 패싱' 의혹을 "억측"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서울청장은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서울경찰청 수사에 대해 "시작 단계에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부분은 인정한다"고 한 발언을 두고도 나름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본청장 말씀이 수사가 잘못됐다는 것인지, 언론대응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면서도 "수사 미진이나 잘못했다는 것 등은 본청장 질책이든 받겠지만, 축소·은폐라고 얘기하면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사건 관련자 영장 신청 과정에서 주소나 차량 번호 등 기초 정보를 잘못 기재해 검찰에서 영장이 반려된 일을 두고는 "직원이 복사해서 붙이기를 하다 보니 실수한 것은 맞지만, 경찰이 의지가 없는 듯 비치는 것은 안타깝다"고 했다.
이 청장은 서울청이 최근 수사 상황을 놓고 함구로 일관해 온 데 대해 "특검이 임박한 상황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내용을 적극 발표하는 것이 부담"이라며 "드루킹이 언론을 모니터하며 수사 상황에 따라 진술을 바꾼다든가 회원들과 입을 맞추는 상황을 보여 수사진에서 애로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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