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경고
유럽, 경기부진에 금융시장 불안까지 가세…ECB 테이퍼링 지연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에서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고 채권 금리가 오르는 등 유럽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유로는 지난 25일 1유로당 1.1646달러까지 떨어져 작년 11월 이후 6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는 주말을 지난 뒤 낙폭을 다소 회복해 한국시간으로 28일 오후 2시 30분 1.1726달러까지 올랐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시카와 주니치 도쿄 IG증권 선임 외환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유로가 반등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팔자'가 유지되고 있다"며 "유로존 경제의 기초체력은 나무 몸통, 이 지역 정치 우려는 뻗쳐나온 가지들인데 둘 다 현재 역풍을 맞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탈리아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의 연정 출범 직전에 대통령이 '반(反) 유럽연합(EU)' 인사의 경제장관 지명을 거부하면서 무정부 상태로 다시 주저앉는 등 혼란에 빠져 있다.
여기에 스페인의 제1야당 사회당이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불신임 투표를 제안하면서 불안감이 더해졌다.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스페인은 조기총선을 치러야 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서유럽보다 취약한 재정으로 2011년 위기에 빠졌던 남유럽 국가들이 정치불안 속에 경제개혁에 역행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 25일 이탈리아에서 새로 구성될 정부가 공공부문 재정을 악화시켜 그동안 추진해온 경제개혁을 되돌릴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탈리아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장기 신용등급을 'Baa2'로, 전망을 '부정적'으로 확인했다. 'Baa2'에서 한 단계 강등되면 투기등급 바로 위인 'Baa3'가 된다.
이탈리아의 부채는 2조3천억유로(약 2천891조원)로 세계 3위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130%에 달한다.
금융시장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최근 한 달간 6.39% 급락했다. 28일엔 1.68% 오르며 출발했으나 1개월 전보다는 4.82% 낮은 수준이다.
스페인 IBEX 35지수는 25일까지 사흘 연속 떨어졌다가 28일 오전 0.77% 상승했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5일 연 2.5%에 근접하며 2014년 10월 이후 최고에 달했다. 독일·이탈리아 10년물 금리 차는 2%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탈리아는 주된 글로벌 리스크"라며 "장기 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이탈리아 국채)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고 이탈리아 정부가 독일 (EU) 패권에 도전한다면 동요는 진짜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 위기가 번지는 가운데 남유럽 국가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 유럽 경기에 시장 불안이 더해져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내달 회의에서 양적 완화 종료 신호를 보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최근 유럽 경제지표 약세에 더해 시장 변동성 증가로 테이퍼링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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