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리 "부잣집 딸은 편견…배우 정체성 찾았죠"

입력 2018-05-28 17:03  

남규리 "부잣집 딸은 편견…배우 정체성 찾았죠"
영화 '데자뷰'로 4년 만에 스크린 컴백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요새 밤에 자다가 몇 번씩 깨요. 제가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몸이 먼저 반응하나 봐요."
2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한 카페에서 만난 남규리(33)는 영화 '데자뷰' 개봉을 앞두고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영화 '신촌좀비만화(2014)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그는 "제가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이 작품이 찾아왔다"고 했다.
'데자뷰'는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지민이 무서운 환각에 시달리고, 이후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겪게 되는 스릴러 영화다.
첫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남규리는 지민역을 맡아 왜곡된 기억과 혼란스러운 현실로 점차 히스테리컬하게 변해가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남규리는 2016년 SBS TV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 이후 본의 아니게 힘든 공백기를 겪어야 했다. 대중의 편견 때문에 촬영 직전까지 간 영화에서 갑자기 밀려나기도 했고, 시기가 맞지 않아 좋은 작품에 출연할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너무 많은 편견 속에 갇혀 살았던 것 같아요. 영화 오디션을 많이 봤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제외됐죠. 예를 들어 아이가 있는 엄마 역할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이와 저를 한 화면에 잡았을 때 엄마 느낌이 안 난다는 이유로 캐스팅되지 못했어요. 그런 시기를 겪고 나니 오히려 제 정체성을 찾게 됐죠."
남규리는 "저를 수동적인 성격의 부잣집 외동딸로 오해하시는 분이 많다"며 " 중학교 때부터 '밥을 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얼마 전 tvN '인생술집'에 출연해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힘든 사연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 성격 역시 주체적인 편이라고 강조한 남규리는 '데자뷰' 역시 여주인공의 당찬 면에 반해 출연했다고 한다. 다만, 영화 속에서는 그런 면이 잘 표현되지는 않는다. 남규리는 "여주인공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촬영했지만, 심의 등을 이유로 많이 편집됐다"며 아쉬워했다.



'데자뷰' 촬영 현장은 녹록지 않았다. 연출을 맡은 고경민 감독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촬영 도중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 잠도 못 자고 36시간 연속 촬영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사람이 극한으로 치닫게 되면 나오는 에너지가 있는데, 저 역시 몸은 힘들었지만, 감정적으로는 더 깊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규리는 3인조 여성그룹 씨야 출신으로, 8년간 연습생 생활을 거쳐 2006년 가수로 데뷔했다. 이후 김수현 작가가 집필한 SBS '인생은 아름다워'(2010년)로 연기자 길로 들어섰다.
남규리는 "김수현 작가님이 제게 '김혜자 선배와 같은 연기자가 돼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또 제 연기를 보고 '너 보통 아이가 아니구나. 너무 좋았다'라고 격려 문자를 보내주셨을 때는 눈물이 났죠."
남규리는 이제 30대 배우로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전 소속사 싸이더스HQ와 계약이 만료된 이후 현재 혼자 활동 중이다.
"어렸을 때 스타도 해봤고, 인기도 많이 얻어봤어요. 이제 그런 것은 예쁘고 재능있는 젊은 친구들이 누려야 할 몫인 것 같아요. 저는 저만의 30~40대를 그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면에서 멜로, 역사적 인물, 현실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손예진 배우를 너무 존경합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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