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 신중현의 꿈 "기타로 세계 제패…밤낮으로 노력"

입력 2018-05-28 18:29  

백발 신중현의 꿈 "기타로 세계 제패…밤낮으로 노력"
9~10월 새주법으로 음반 발표…그의 음악 엮은 뮤지컬 내달 개막
"음악 본질은 자유…그러나 품위·정도 잃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요즘도 매일 기타를 잡습니다. 목표가 있기 때문이죠.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 기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한국 록의 대부', '한국 록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기타리스트 신중현은 28일 서울 대학로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타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용기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어깨까지 오는 백발을 하고 통굽 부츠를 신고 나타난 올해 팔순의 그는 말투가 사뭇 진지해졌다. 눈빛은 소년처럼 반짝였다. 백발 때문인지 흡사 신선 같았다.
한국적인 록을 보여주겠다는 그의 야심은 한국 대중음악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1963년 한국 최초의 록밴드 '애드포(Add 4)'를 결성해 발표한 '빗속의 여인', '커피 한 잔' 등은 트로트 일색이던 196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에 충격을 안겼다.
1974년 밴드 '신중현과 엽전들' 1집은 전통 음악의 5음계를 사용한 한국적인 가락에 서양의 하드록을 접목해 한국적 록의 원형으로 불린다. 기타 리프를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켜는 방식으로 연주했다.
그 정점이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로 시작하는 '미인'이다.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는 9~10월 새 음반 발표를 예정한다. 세계적 기타 제작회사인 펜더에서 헌정 받은 기타를 기념하는 앨범이다. 펜더는 에릭 클랩턴을 시작으로 '기타의 신(神)'들에게만 맞춤형 기타를 헌정했는데, 그는 세계 뮤지션 중 6번째 헌정 대상자다.
"한 1년 동안 앨범을 준비해왔어요. 원래 봄에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모자란 것 같아서 6개월을 더 연장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창법과 주법을 발표하려고 해요."
지난 3월 그의 부인이자 한국 최초의 여성 드러머인 명정강이 세상을 떠나며 두 달간 연습을 쉬었지만 오는 6월부터는 다시 연습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는 도전 정신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그의 명곡을 엮은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 '미인'이 오는 6월 15일 서울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다.
'미인', '아름다운 강산', '봄비' 등 신중현 노래 22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그는 제작진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지만 "관객들 가슴에 무엇인가를 남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은 남겼다고 한다.
이번 뮤지컬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주변 청춘들의 뜨거운 우정과 사랑을 다룬다. 단순하면서도 시적인 가사, 친숙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어떻게 뮤지컬 안에 녹아들지 관건이다.
이날 처음으로 연습실을 찾아 연습 장면을 관람한 그는 "뮤지컬을 통해 보지도, 느끼지도 못한 감명을 받았다"며 "제 곡들이 하나로 맞아떨어지게 한 연출, 편곡된 방향 등에 다 놀랐다"고 제작진을 거듭 칭찬했다.
그에겐 뮤지컬도, 음악도 "모두 자유"라고 했다. "모든 음악은 자유를 품고 있어서 탄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히트곡들이 금지되는 탄압을 겪은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시대적 고통이 없었다면 제가 그런 음악들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며 "파란만장한 시대를 겪어낸 것이 내가 오늘까지 꿋꿋하게 걸을 수 있는 힘"이라고 말했다.
"음악은 두 종류가 있어요. 먼저 청춘의 시절 그 자체로 할 수 있는 아름답고 예쁘고 좋은 음악이 있죠. 그런가 하면 늙은이의 음악도 있죠. 늙은이는 사실 추하죠. 그러나 겪어온 인생을 표현하는 음악이 있다고 믿고 있고, 그걸 지금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 과정에서 자부하는 게 한 가지 있다고 했다. "음악의 정도를 절대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젊은 친구들에게 한 마디를 해줘야 한다면 음악의 기본적인 틀과 법칙, 품위는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기본을 벗어난 음악들은 잠깐 유행할 수 있지만 세월이 변하면 생명력을 금세 잃고 맙니다. 이것만큼은 내가 따끔하게 조언하고 싶어요."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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