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삼성전자가 2주 뒤 열릴 월드컵 축구 대회 개최를 앞두고 이란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놓은 TV 광고가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된 삼성전자의 광고는 소파에 앉아 월드컵 경기를 보는 친구와 가족의 모습을 파노라마 방식으로 촬영한 동영상이다.
이 광고에서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은 경기를 중계하는 TV에 집중하는 반면 부인 역할의 여성은 아기 요람을 흔들거나 축구 시청에 정신이 팔린 아빠를 조르는 아이를 대신 달래는 전통적인 '현모양처'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또 남성들은 팝콘이나 스마트폰을 들고 활기차게 중계방송을 시청하지만 여성은 뜨개질을 하는 등 다소 조용한 태도로 TV를 지켜본다.
이 광고가 SNS상에서 알려지자 주로 여성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이 광고가 게시된 삼성전자 이란 지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비판하는 댓글을 대거 달았다.
이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된 다른 홍보 사진이나 동영상 광고엔 댓글이 100건 안팎이지만 이 논란의 광고는 28일(현지시간) 오후 현재 2만5천여개가 넘었다.
남성이 사회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이란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내용도 있지만, 댓글을 단 네티즌 대부분은 '#성차별 반대_삼성'이라는 해시태그를 적고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가 변화하는 현실과 다르게 여성의 수동적 역할을 부각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적용되는 이란에선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는 편이지만 최근엔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도 활발해 지면서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흐름도 확연히 감지된다.
이란의 사회적 관습을 고려할 때 광고에서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환호성을 지르며 감정을 표시했다면 반대로 보수적 종교계의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는 네티즌의 반론도 나왔다.
이란에선 여성이 남자부 축구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이란 지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소비자와 시청자를 존중한다"면서 "이번 광고는 가족과 친구 모두가 함께 월드컵 축구를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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