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대통령, 임시 총리에 전 IMF 고위관료 지명…정국 시계 제로

입력 2018-05-28 21:42  

伊대통령, 임시 총리에 전 IMF 고위관료 지명…정국 시계 제로
오성운동·동맹, 격렬 반발…조기총선 우려에 금융시장 불안 지속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출범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여겨지던 이탈리아의 첫 포퓰리즘 연정이 대통령의 각료 임명 거부로 불발되며 이탈리아 정국이 유례 없는 시계 제로 상태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의 고위 관료 출신인 카를로 코타렐리(64)를 과도 중립 내각을 이끌 임시 총리로 지명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의 연립정권의 총리 후보였던 법학 교수 출신의 주세페 콘테가 전날 정부 구성권을 반납한 지 하루 만에 새로운 총리를 지명, 혼돈에 빠진 정국 수습에 나섰다.
콘테 지명자는 오성운동과 동맹이 합의한 내각 명단 가운데, 대통령이 재정경제장관 후보인 파올로 사보나를 퇴짜 놓자 총리로 지명된 지 나흘 만에 자리에서 전격 물러났고, 오성운동과 동맹은 더 이상의 연정 출범 노력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사보나 후보를 거부한 것에 대해 "정부의 보증인으로서 시장과 투자자, 이탈리아 국민과 외국인들 모두에게 불안을 주는 반(反) 유로 입장을 견지한 경제장관을 승인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국 안정의 특명을 새롭게 부여 받은 코타렐리 지명자는 2008년∼2013년 IMF에서 근무한 경력을 지닌 경제학자로 이탈리아가 재정 위기에 처했던 당시 공공지출 삭감을 주장해 '미스터 가위'로 불리는 인물이다.



집권 시 복지 확충, 세금 삭감 등 재정 확대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 이탈리아의 채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던 포퓰리즘 연정과 정반대 철학을 가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코타렐리는 이날 로마 대통령궁에서 마타렐라 대통령과 면담한 뒤 "대통령으로부터 내년 초 총선 때까지 정국을 이끌 임시 정부를 구성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곧 내각 명단과 국정운영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로 출범할 내각은 선거 관련 논의를 포함한 모든 사안에 완전한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정 출범 무산에 대한 오성운동과 동맹의 분노를 고려할 때 코타렐리가 이끄는 내각이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마타렐라 대통령이 유로화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사보나를 장관으로 승인하지 않은 것은 월권 행위이자, EU와 국제신용평가회사 등 외부 세력의 영향에 굴복한 결정이라며 의회 투표를 통한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 역시 "이탈리아 국민의 이익을 지키려는 정부 구성 노력이 거부당했다"며 항의의 의미로 가두 투쟁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유일한 해결책은 총선을 다시 치르는 것"이라며 즉각적인 총선 재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격앙된 오성운동과 동맹의 합계 의석은 상하원 모두 과반을 웃도는 터라, 이들이 똘똘뭉쳐 반대하는 한 과도 중립 내각의 출범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코타렐리 지명자도 이를 의식한 듯 "새 내각이 의회 신임을 얻지 못하면, 재총선은 8월 이후에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은 오는 9월 9일 총선을 다시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4일 총선을 치른 이탈리아에서는 우파 정당 4개가 손잡은 우파연합이 37%를 득표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고, 오성운동은 33%에 육박하는 표를 얻어 단일 정당 가운데 최대 정당으로 약진했다.
그러나 어떤 정당도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해 연정 구성을 위한 각 정당 간 '짝짓기' 작업이 시작됐으나, 3개월이 다 되도록 결국 연정 협상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무정부 상태는 이날로 85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1992년 총선 이후 줄리아노 아마토 내각이 출범하기까지 걸린 83일을 넘어선 최장 기록이다
이탈리아는 1948년 공화정 수립 이후 모두 64차례의 정부가 들어설 만큼 정치적 부침이 심한 나라이지만, 총선 이후 정부 구성을 못하고 바로 재투표를 실시한 전례는 한 번도 없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재총선 가능성이 높아지며 정치 불안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금융 시장의 충격도 지속됐다.
포퓰리즘 연정의 출범이 무산된 안도감에 개장 초반 1.7% 반등했던 밀라노 증시는 조기 총선 우려에 다시 2% 넘게 고꾸라졌다.
시장 심리의 지표인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 스프레드(금리차) 역시 초기 하락세가 상승세로 반전, 226bp까지 치솟으로 4년 여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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