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이탈리아의 무정부 상태가 3개월가량 이어지면서 오는 9월 총선을 다시 실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3월 총선에서 어떤 정당도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해 연정 구성을 위한 각 정당 간 '짝짓기' 작업이 진행됐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 연정 구성에 합의, 총리 후보를 내세우면서 포퓰리즘 정권 탄생을 눈앞에 두게 됐으나,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의 각료 임명 거부로 정국은 다시 시계 제로인 상태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에서는 오는 9월 9일 총선이 다시 실시될 가능성이 크며, 이 선거는 유럽연합(EU)에 대한 찬반투표로 변질할 수 있다고 이탈리아와 영국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오성운동과 동맹 측은 새 총선이 실시되면 이를 EU에 대한 국민투표로 만들어 EU 창설 멤버인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면을 조성하려 할 것이라고 영국 더 타임스는 전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대 경제국으로, EU 회원국 지위에 대한 도전은 유럽 전체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더 타임스는 덧붙였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선거가 새로 실시되면 이는 "국민과 엘리트들" 사이의 경쟁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또 오성운동과 동맹은 지난 3월 총선에서는 각각 선거운동을 했지만 새 선거에서는 제휴를 통해 함께 나서면 승산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살비니 대표가 새 선거를 치른다면 자신의 몫을 늘릴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정부 구성과 관련한 마타렐라 대통령과의 대화를 일부러 파국으로 몰아갔다는 의심마저 하고 있다.
새 선거 국면으로 가면 오성운동같은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지난 선거에서는 EU 회원국 지위 문제를 회피했으나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EU에 대한 거부감을 들고나오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反)EU를 공개적으로 들고나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로마에 있는 존 카보트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프랑코 파본첼로는 더 타임스에 선거를 그쪽으로 몰아가면 패할 수도 있다며 "선거가 유로 찬성과 반대 세력 간 싸움으로 변하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파본첼로 교수는 동맹 지지파인 북부 지역 소상공인들로서는 유로존 밖으로 나갈 경우 회사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지난 3월 선거에서 패한 중도좌파인 민주당이 지지율을 회복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출범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여겨지던 이탈리아의 첫 포퓰리즘 연정이 불발되면서 마타렐라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의 고위 관료 출신인 카를로 코타렐리(64)를 과도 중립내각을 이끌 임시 총리로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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