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촛불 요구 제대로 수용 못해…공론화 활성화해야"

입력 2018-05-29 14:51  

"정치권, 촛불 요구 제대로 수용 못해…공론화 활성화해야"
장덕진 서울대 교수 '정책&지식' 포럼 발제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이른바 '촛불 혁명'으로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대의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를 위해 공론화 과정을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9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정책&지식포럼'에서 "촛불집회 참여는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효능감을 높였지만, 정치에 대한 불신만큼은 바꾸지 못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장 교수는 '촛불과 개헌-공론조사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촛불집회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분노'와 '탄핵'이었다"며 "이 두 단어가 결합하며 억눌린 다양한 요구가 분출했지만, 제도권 정치가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취약한 상태에서 적폐청산 요구만으로는 미래전망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적폐를 청산하고 남은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촛불집회라고 하는 직접 민주주의가 과거 잘못을 해체하는 데는 기여를 했지만 새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또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인물 중심의 '팬덤 정치' 현상이 나타나는 등 '여의도 정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면서 공론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장 교수는 "공론화를 전가의 보도처럼 만병통치약처럼 쓰는 게 맞느냐는 고민도 있지만, 적어도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치적 합의 수준을 높이도록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여부를 결정한 것처럼 숙의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공론화 과정에 사회적 합의를 일정 부분 맡겨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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