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영철 미국행…폼페이오와 비핵화·체제보장 최종조율 가능성
'성 김-최선희' 협상진행 속 방미…의제 의견접근 여부에 관심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간 실무 협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북한 대외정책의 '총책' 역할을 하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전격적으로 방미길에 올라 주목된다.
북한의 최근 대미·대남관계 개선 전략을 사실상 설계한 것으로 평가받는 김 부위원장은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합의사항에 대한 최종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29일 오전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했으며, 30일 오후 1시 뉴욕행 중국 국제항공 CA981 항공편 탑승객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공항에서는 북한의 미국통인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도 목격됐다.
방미 기간 김 부위원장은 카운터파트 격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나 고위급 대화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북미 양측에서 현 정세 국면을 총괄·주도해 온 책임자인 만큼, 대화가 잘 마무리된다면 내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의 성과가 어느 정도 윤곽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조응한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 방안을 어떻게 교환하느냐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을 목표로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선(先) 핵무기 일부 반출 등 초기 단계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증명할 수 있는 조치와 함께 강도 높은 검증 수용을 압박하고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적대관계 종식'과 체제보장 의지를 신뢰성 있게 보여줄 수 있는 행동을, 비핵화 종료 시점이 아닌 적절한 단계에서 제공할 것을 희망할 것으로 보인다. 평화체제 구축도 이런 행동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북한으로서도 CVID에 대한 반대급부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안전보장'(CVIG)을 요구할 수 있어 보인다.
북미 간에는 이런 내용을 쟁점으로 해서 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실무 협상이 최근 시작된 상황이었다.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이끄는 미측 협상팀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북측 협상팀이 만나 실무회담을 한 것이다.
김 대사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등 미측 협상팀은 29일 현재 계속 서울에 머무르고 있어 회담은 여전히 진행중인 상태로 보인다.
당초 일각에서는 성 김-최선희 라인이 어느 정도 의견 일치에 접근한 뒤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 최종 합의를 보는 수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판문점 실무회담이 아직 진행중인 상황에서 김 부위원장이 예상보다 다소 '서둘러' 움직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5월 9일) 때 북미가 웬만한 타결을 했다고 본다"며 "(성 김 대사 등) 실무진은 당시 합의사항에 대해 확인을 하고, 북미가 초기단계에서 상당히 많은 조치를 하자고 얘기하고 있으니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를 논의하러 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만일 판문점 실무회담이 1∼2일가량 더 이어지더라도, 김 부위원장이 30일 출발하기 때문에 미국에 당도할 시점이면 실무 회담도 어느정도 진척이 된 상황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부위원장의 방미를 통해 북미가 판문점 실무진 선에서 완전히 정리할 수 없는 핵심 쟁점의 타결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의 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최종 '담판' 성격이 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실무자들이 몇 개의 안을 가지고 있는데 해결이 안 되니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서 담판을 지으려는 것일 수 있다"며 "핵심 쟁점의 타결을 위해서 간다고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의 행선지가 일단 뉴욕으로 알려진 것도 주목되는 관전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당초 이날 오후 1시25분 베이징발 워싱턴행 CA817편을 예약했으나 베이징 도착 후 예약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에는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가 있어 고위급 회담을 위한 베이스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워싱턴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할지, 예방한다면 어디서 만날지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한다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2차 방북 때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친서'가 있을지도 관심이다.
이 경우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최고지도자가 간접 의사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가는 북한 김영철...숨가쁘게 움직이는 북미 / 연합뉴스 (Yonhapnews)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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