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곧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김영철은 29일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했으며, 30일 오후 뉴욕행 중국 국제항공 탑승객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방미한다면 지난 2000년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방미한 이후 18년 만의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미국 방문이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김 부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번 방미는 북한과 미국 간에 정상회담 추진이 원만히 마무리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북미 양측 간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의 의제와 의전에 대한 협의도 비교적 순조로운 것으로 관측된다. 성 김 필리핀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27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시작한 비핵화-대북체제안전보장 방안을 둘러싼 협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전언은 6월 12일로 추진 중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미국이 추가 대북제재를 연기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조만간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최종 발표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하나씩 해소되어 나가길 기대한다.
북한과 미국 간에 지금처럼 동시다발적 협상이 숨 가쁘게 이뤄진 적은 없었다. 양측이 현재의 동력을 최대한 살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조응한 미국의 체제안전 보장 방안에 대한 최대 공약수를 찾아내야 한다. 선언적 합의를 넘어서 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세부적 방안까지 사전 협의에서 논의를 진행하는 게 최선이다. 양측이 상정하는 정상회담일까지 불과 2주일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진지하고 협상타결 동력이 컸던 시기도 없었다. 원론적 수준의 정상회담 합의로는 정상회담 이후 길고도 험난할 것이 뻔한 비핵화 로드맵의 순항을 담보할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세부적 사항은 다루지 않고 '기본 틀'만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언론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썩 바람직스럽진 않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지난 25년간 풀지 못했던 북핵 문제를 도깨비방망이 두드리듯 불과 2주일 만에 풀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게 무리인 것도 사실이다. 사정이 그렇더라도 북한 핵 폐기와 체제안전 보장의 구체적 단계와 이행 시간표, 최소한의 검증 원칙을 포함한 핵심 쟁점에 대한 정리는 최대한 이루길 바란다. 이는 모두가 우려하는 '디테일의 악마'를 넘어설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미국의소리(VOA) 방송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30명 모두가 북미 협상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고 한다. 그만큼 원칙적이거나 선언적 의미의 비핵화 합의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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