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오후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를 긴급히 열었다. 가계소득 양극화 심화의 원인을 분석해보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등 경제정책 라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다음 달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돌발 변수가 매일 쏟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제문제로 긴급회의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소득 양극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양극화 해소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빈곤층의 수입을 늘려 부자들과 소득 격차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처음부터 강하고 분명했다. 극심한 양극화는 불공정 시스템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정의롭지 않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양극화는 사회안정을 해치고, 사회 활력을 떨어트리며,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왔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줌으로써 소비를 촉진해 경제성장을 꾀한다는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일자리 나누기 등이 이런 정책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정책들이 오히려 양극화를 확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기는커녕 그들의 일자리와 근로시간을 줄여 소득감소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지난 1분기 가계수지동향을 보면,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 명목소득이 128만7천 원으로 1년 전보다 8% 줄었다. 반면,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소득은 1천15만2천 원으로 9% 늘었다. 소득 격차가 이전보다 커진 것이다. 물론, 소득주도 정책이 이런 양극화 확대의 주범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1개 분기의 통계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다. 소득분배가 조금씩이라도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늘 긴급회의 결과, 기존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다만,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한 보강책을 찾을 것으로 보이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정책 방향 자체가 맞는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정밀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 단지 정부 내 경제라인들만이 모여 회의를 하는 것보다는 국내외 경제학자와 전직 경제수장들, 국민 등이 어떤 방식으로든 폭넓고 진지한 국민적 토론을 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 달에 내놓을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은 이런 논의를 치열하게 해본 뒤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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