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경력 위조해 경력직 채용된 구급대원 87명 적발

입력 2018-05-30 12:00  

근무경력 위조해 경력직 채용된 구급대원 87명 적발
소방청, 임용취소·수사의뢰… 다른 분야 경력채용자도 추가 조사하기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민간구급이송업체에서 실제로 근무하지 않고도 근무한 것처럼 속여 경력직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구급대원 87명이 적발됐다. 소방청은 이들에 대해 임용무효나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최근 3년간 구급대원으로 채용된 인력 중 민간이송업체 경력으로 채용된 206명을 전수조사해 이같이 조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소방청은 일부 수험생이 응급구조사 경력을 허위로 꾸며 소방공무원 경력채용 시험에 합격했다는 의혹이 일자 실태 파악에 나섰다.
조사 결과 민간 응급이송업체에 실제로 근무하지 않고 근로자 명부에만 이름을 올린 뒤 해당 근무 기간을 경력으로 제출해 응시한 사례가 적발됐다.
구급대원 김모씨는 경력기간 2년1개월25일 중 2개월25일간 민간업체에서 근무했다는 경력을 제시했다. 그러나 해당 기간 출동일지상 서명을 확인한 결과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서명으로 보였다. 해당 업체로부터 급여를 받은 통장 거래 내역도 없었다. 근로계약서에는 본인이 낸 근무시작일자와 다른 날짜가 적혀 있었다.
김씨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실제 근무를 하지 않았고 해당 업체 대표에 4대 보험료를 계좌로 입금했다고 진술했다.
소방청은 김씨 등 허위경력자 5명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와 응급의료법상 면허대여 법령을 적용해 임용무효 처분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또 민간 이송업체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출동기록지가 없는 경우, 민간이송업체 소득금액 증명원과 급여가 불일치하는 경우, 통장 거래 없이 급여를 현금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82명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 후 결과에 따라 임용무효처분 등을 내릴 예정이다.
비정규직 45명에 대해서는 입증 가능한 근로기간만을 경력으로 반영해 그동안 호봉(경력)에 따라 과다하게 지급된 급여를 환수하고 호봉 정정과 징계를 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는 민간이송업체와 일부 수험생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민간이송업체는 관계 법령에 따라 보유해야 하는 인력 기준이 있다. 이 때문에 허위로 응급구조사나 간호사 자격증 보유자를 근로자 명부에 올리는 관행에서 이번 일이 시작됐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구급분야 경력채용에 응시하려면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해당 분야에서 2년 이상 경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관련 자격증만 있으면 되는 비경력채용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다.
수험생들은 업체에 자격증을 대여해 인력기준을 맞춰주고 근무 경력 입증에 필요한 4대 보험료를 업체 대표에게 현금으로 주는 방식으로 업체와 공모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방청은 앞으로 소방공무원 경력 채용의 경우 서류 전형 때 경력인정 범위와 산정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채용 때 민간업체 근로계약서 제출 등 서류 전형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다음달부터 9월까지 4개월간 1차 의료기관(의원), 운전분야, 기술분야 등 다른 경력직 채용 분야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소방청은 홈페이지(www.nfa.go.kr)에 익명제보 창구를 운영한다.
조종묵 소방청장은 "허위 경력으로 채용에 응시한 행위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사안이 중한만큼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하고 다른 분야 경력채용 전수조사까지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이어 "향후 채용제도 정비 등을 통해 소방공무원 등용의 공정성이 정립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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