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러시아 배후론 제기…러시아 정부 "현지 치안부재 탓"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러시아의 저명한 언론인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가 살해당했다.
러시아 언론인 아르카디 바브첸코(41)가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건물 입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가 병원으로 옮겨지던 도중 숨졌다고 AP,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바브첸코는 빵을 사러 집을 나섰다가 등에 괴한이 쏜 총을 여러 발 맞았다. 경찰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회색 턱수염에 야구모자를 쓴 40대 남성의 몽타주를 작성해 행방을 쫓고 있다.
안드리 크리슈첸코 키예프 경찰서장은 바브첸코 살해 동기와 관련, "우선적으로 그의 직업 활동"이라고 현지 TV 방송에 말했다.
종군기자로 활동하던 바브첸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과 시리아 내전 개입 등 푸틴 대통령의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2016년 12월 페이스북에 러시아 국방부 소속 투폴례프(Tu)-154 항공기가 흑해 상공에 추락한 사건에 대한 글을 올리고, 러시아를 '침략자'로 묘사한 이후 살해 위협을 받고 러시아를 떠났다고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체코 프라하를 거쳐 키예프로 주거지를 옮긴 바브첸코는 우크라이나 ATR TV의 앵커로 활동했다.
이번 사건을 놓고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 정부 배후론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자문관인 안톤 게라슈첸코 의원은 수사관들은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하는 일에 관한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들을 제거하려고 애쓰는 것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는 유혈 범죄가 일어나고 범인이 처벌받지 않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고 치안 부재를 비판했다.
바브첸코 피살사건은 현지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지난 3월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독살시도 사건으로 경색된 러시아와 서방의 외교관계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당시 영국은 사건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했으며 20여 개 서방국가도 이에 동참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이들 서방국가 외교관 맞추방으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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