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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당사자들 "사법농단" 잇단 반발…무더기 검찰 고발 움직임
판사들 견해 사분오열…'사법행정권 외부로' 사법평의회 도입론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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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양승태 사법부가 특정 재판을 협상 수단으로 삼아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파문을 불러오면서 법원 안팎에서 사법불신 기류가 퍼지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작성했던 '재판거래' 의혹 문건에 등장하는 사건 당사자들은 물론 변호사 단체와 법원 내부구성원들이 잇따라 재판 중립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반발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30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특정 재판을 활용해 박근혜 정부를 설득하려 했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당 재판의 당사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상고법원이라는 숙원사업을 관철하려고 사법부가 재판을 협상 카드로 삼아 청와대와 흥정을 시도한 문건이 대법원 특별조사단 조사로 드러난 이상, 재판 결과를 누가 승복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다.
법원행정처 문건에 등장하는 'KTX 승무원 재판'과 관련해 KTX 해고 승무원 10여명은 29일 대법원 대법정을 기습 점거해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그리고 청와대와 거래한 자들은 사법정의를 쓰레기통에 내던졌다"며 재판 결과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대법원이 30일 오후 2시 해고 승무원 대표들과 면담을 하기로 하면서 시위는 정리됐지만, 다른 재판 관련자들도 언제든지 대법원을 상대로 판결 불복에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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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개된 법원행정처 문건에 언급된 '통합진보당 재판'과 '전교조 시국선언 재판' 등 당사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옛 통합진보당 관계자들과 전교조 회원 등 10개 단체는 30일 오후 1시 대법원 동문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이번 사태 연루자들에 대한 공동고발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사법농단 세력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정의와 상식에 기초한 사법부를 세워야 한다"며 "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사법농단 세력을 모두 고발 또는 수사 의뢰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도 이날 오전 10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일선 판사들은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두고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상당수 판사는 이번 조사결과에 공감을 표하면서 부적절한 재판거래 의혹에 가담한 관련자들에게 강도 높은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이번 파문이 엄중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 것보다는 법원 내부의 자정작용을 통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도 했다.
반면 검찰 수사나 특검, 국정조사 등을 통해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법관들 사이에서 나온다.
이미 3차례나 실시된 조사에도 불구하고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법원행정처장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등 '셀프 조사'의 한계를 드러낸 만큼 법원 외부에서 사태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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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대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무리하게 과거 청산에 나선 것이 오히려 사법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원행정처 문건 내용이 확대해석돼 불신을 부추겨서는 안된다며 신중론을 펴는 판사들도 있다.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법치행위는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는 행위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주문하는 글을 올렸다.
황병하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법원행정처 요원이 남의 재판과 판결을 갖고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 재판과 판결의 의미가 저하되거나 쉽사리 무시돼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법원 내에서도 법관들의 의견이 갈라지자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스스로 사법행정을 수행할 수 없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며 사법행정 권한을 법원 외부에 맡기는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법원 외부에 사법행정을 맡기는 방안으로는 국회 개헌특위가 논의 중인 사법평의회 도입방안이 거론된다.
사법평의회는 대법원장 대신 법관 인사와 법원 예산, 사법행정 사무 전반을 결정하는 기구다. 일부 유럽국가들이 시행하는 제도로 사법부는 오로지 재판업무에만 집중하고, 사법행정 권한은 정부와 국회, 사법부가 공동으로 구성한 사법평의회에 맡겨 재판업무와 사법행정을 구분하는 제도다.
그동안 법원은 사법평의회 방안에 대해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제도로 재판에 외부세력이 개입할 수 있는 빌미만 제공한다'며 반대해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입장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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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사법농단' 양승태 고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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