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 작가 "여행 드로잉 그리다 거친 그림, 재밌는 도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JTBC 금토극 '스케치' 속 그림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유시현(이선빈 분)의 미래를 보는 눈으로 탄생한 그 범죄현장 스케치를 단서로 강동수(정지훈)를 필두로 한 형사들이 뛰기 때문이다.
두꺼운 볼펜으로 거칠게 그려내 극 중 범죄의 섬뜩함을 더 강화하는 '스케치' 속 그림들의 주인공, 작가 리모(본명 김현길·35)를 1일 전화로 만났다. 원래 포근하고 따뜻한 감성의 여행 드로잉으로 유명한 그는 이번 드라마 참여가 자신에게도 모험이라고 했다.
"주로 여행 드로잉을 하다 보니 어둡고 거친 그림은 안 그렸는데 '스케치' 감독께서 이번에는 스타일을 한 번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제게도 작은 모험이었는데, 새로운 영역을 알게 되고 그리기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펜 드로잉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고, 이번에 역시 펜으로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지만 섬뜩한 범죄현장을 표현하는 데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래도 3개월 정도 제작진과 꼼꼼한 준비 기간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리모 작가는 안 그리던 그림을 그리니 그리다가도 무섭지 않으냐는 물음에는 "그림은 포근한 걸 주로 그리지만 영화 같은 건 장르를 안 가리고 본다. 다만 제가 밤중에 머리에 총을 맞고 누워 있는 사람을 그릴 때면 아내가 걱정스럽게 쳐다본다"고 웃었다.
리모 작가가 한 회에 소화하는 그림은 서너 컷 정도다. 한 컷 한 컷이 스토리를 견인하기 때문에 부담도 크고, 작품을 보면 알다시피 손도 많이 간다. 또 여행 드로잉 때는 '볼펜 똥'이 없이 깔끔하게 선이 빠지는 펜을 썼지만, 이번에는 극 특유의 투박함을 살리기 위해 1.0mm짜리 두꺼운 일반 볼펜을 쓰는 등 여러모로 신경 쓸 부분이 많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지금은 드라마 진행 속도에 맞춰 그리고 있지만 처음에는 시현 형사가 과거 그린 그림들이 등장해 다 그려내느라 좀 힘들었어요. (웃음) 그리고 2회를 보면 그림 속 남자가 전자발찌를 찬 그림이 있는데, 감독께서 그냥 봐서는 모르는데 얘기하고 보면 전자발찌처럼 보이게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렇듯 단순히 오더만 받아 작업할 수 없고, 극 중 이야기와 배우들의 호흡까지 짚어내야 하죠."
그래서 리모 작가는 제작진 일원이다. 대본도, 줄거리도 미리 공유하며 그림을 그려나간다.
"예전엔 혼자 작업하는 데 익숙했는데 이렇게 긴 시간 소통하며 협업하기는 오랜만이에요. 그동안에도 드라마나 시사 다큐멘터리 속 그림들 자문은 해봤지만 이렇게 제작진 일원으로 참여하기는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원래 전자회사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하다 4년 전쯤 드로잉 작가로 데뷔할 땐 그저 그림으로 먹고사는 정도만 돼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드라마에도 참여하게 됐어요. 이제 생각의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려 합니다."
리모 작가는 앞으로 '스케치' 속 그림들의 어떤 점에 집중해서 보면 더 재밌겠느냐는 물음에는 "시현 형사가 미래를 상세하게 풀어내는 게 아니라 얼핏 본 이미지를 2차원 평면에 풀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 오해의 소지 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림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형사들이 오판한다거나 잘못 추적하는 과정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답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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