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는 '손석희 딜레마', SBS는 '회복세', MBC는 '쉽지 않은 재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세월호 참사부터 최순실 게이트, 정권 교체, 남북정상회담까지 굵직한 국면을 거치면서 오후 8시 뉴스 경쟁 구도가 SBS TV와 JTBC 2파전으로 고착된 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손석희 앵커를 내세운 JTBC 간판뉴스 '뉴스룸'은 2016년 대통령 연설문을 최순실 씨가 사전에 받아봤다는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태블릿 PC' 공개까지 '최순실 게이트'의 불씨를 댕기면서 시청률이 10%(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후를 오갈 정도로 많은 시청자를 확보했다.
JTBC 뉴스 최대 동력은 역시 2049(20~49세) 젊은 시청자다. 진보 성향이 많고, 고전적인 뉴스보다는 한 가지 이슈를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쇼' 포맷을 선호하는 특성을 잘 짚어낸 셈이다. 내부에서는 "수도권, 지방과 상관없이 2049층에서는 KBS도 앞질렀다"는 자체 분석이 나올 정도다.
물론 취약점도 뚜렷하다. '뉴스룸' 가구 시청률은 대체로 평일 6~8%, 주말 3~5% 정도로 볼 수 있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평일과 그렇지 않은 주말 차이가 큰데 그만큼 손 앵커 개인기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는 방증이다.
손 앵커는 일상적인 뉴스를 진행하다가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만나는 등 긴급하게 속보를 타전해야 할 건이 생기면 신속한 전환을 보여준다. 준비된 것이 없으므로 그야말로 개인기를 발휘해야 하는 부분인데, 이러한 부분이 시스템화한다면 시청자층 역시 안정화할 것으로 보인다.
SBS TV 'SBS뉴스8'은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뉴스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40대 시청자가 JTBC로 많이 이탈했다"는 사실은 자각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라돈 침대' 등 생활 밀착형 이슈를 중심으로 한 여러 단독 보도를 꾸준히 내면서 회복세에 접어든 모습을 보인다. 특히 가족 단위 시청이 많은 주말에는 JTBC를 확연하게 앞서고 있다.
'SBS뉴스8'은 가구 시청률로 따지면 평일과 주말 고르게 5%대 정도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평일 수도권 개인시청자 수를 기준으로 따지면 60만~80만명 정도로, JTBC보다 10만명 정도 많은 편이다. SBS에서도 이에 착안해 아예 시청 지표를 바꾸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SBS뉴스8'는 기본적으로 지상파 뉴스 틀을 고수하면서 차별화한 단독 보도에 집중하는 편인데, 이게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
클래식한 틀이 시청자층을 넓히는 요소가 되는 동시에 적극적 소비층인 젊은 시청자들을 더 많이 끌어오는 데는 장애물이 된다. 또 일부 단독 보도는 이슈를 주도하거나 시류의 핵심을 짚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데 그쳤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MBC TV '뉴스데스크'는 파업을 마치고 새 경영진 체제에서 뉴스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앵커들을 전면 교체하는 등 보도국 재건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 성적은 아쉽다. 평일에는 그래도 3~4%대를 기록하지만 주말에는 2%대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특히 지난 19일은 2.4%를 기록해 내부적으로도 충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적지 않은 단독 보도를 하지만 파업으로 워낙 침체기가 길었기에 회복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또 '백화점식 보도'를 지양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여전히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문화 등 모든 이슈를 다루고자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앵커 톤도 뉴스 내내 똑같아 이슈 경중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보도국 한 관계자는 31일 "여러 시도와 노력을 하지만 떠난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직 돌리지 못하는 것 같다"며 "그 사이 미디어환경이 많이 달라졌기도 하다"고 짚었다.
그러나 최근 'PD수첩', '스트레이트' 등 화제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대형 단독 보도를 이어가면서 이슈 몰이를 하고 있다. 이 기운이 뉴스에까지 이어지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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