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위기' 경고한 소로스는 유럽기업 주가 하락에 베팅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이탈리아의 정국 불안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이탈리아 국채를 공격적으로 공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시장정보기관 IHS마킷 통계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올해 이탈리아 국채 대여 수요는 올해 333억달러(약 36조원)로 33% 증가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보통 거래내역이나 자산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만큼 대여 수요는 투자자들의 공매도 현황과 해당 자산의 하락에 얼마만큼 베팅했는지를 추정하는 가늠자로 쓰인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유럽연합(EU) 국가 국채 수요가 올해 5%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해 가파른 증가세다.
특히 최근 1주일 동안에만 이탈리아 국채 수요는 12억달러 증가한 반면, 나머지 EU 국채 대여 수요는 오히려 8억달러 감소했다.
이는 포퓰리즘 정부가 출범하면 이미 막대한 규모의 빚을 쌓아둔 이탈리아의 재정이 악화하고 유로존 이탈 가능성까지 있다는 시장의 비관적 전망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WSJ은 헤지펀드들이 금융시장의 취약한 부분을 뒤진 끝에 이탈리아를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앨런 하워드 브레번하워드 공동창업자가 이끄는 헤지펀드는 이탈리아 약세에 베팅한 덕에 올해 들어 채권·외환 펀드업계 최고 수준인 13%의 수익률을 보였다.
EU가 실질적인 위협에 직면했다며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헤지펀드 거물 조지 소로스도 스톡홀름에서 런던에 이르기까지 유럽 증시의 약세에 베팅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소로스 회사가 유럽기업의 주가 하락에 베팅한 금액이 2억5천600만달러(약 2천800억원)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그가 공매도한 주요 유럽 주식은 볼리덴(5천511만달러), CYBG(3천18만달러), 도미노피자그룹(2천263만달러) 등이다.
공격적인 단기 투자에 집중하는 헤지펀드들은 앞서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때도 유럽 시장에서 공매도로 수익을 챙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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