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국내 주요 철근 제조업체들이 성수기임에도 줄줄이 감산에 돌입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동국제강·대한제강[084010] 등 주요 철근 제조업체들이 사실상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2분기(4∼6월)는 철근 업계에서 성수기로 여겨지는 기간이다.
철근은 아파트 등 건물의 기초공사 때 들어가는 철강제품이다. 공사가 어려운 추운 겨울과 장마철을 제외한 2분기와 4분기를 통상 성수기로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철근 생산량은 최근 불거진 미국발(發) 통상압박이나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 등 외부적 요인보다는 국내 건설경기라는 내부적 요인에 주로 좌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택건설 경기가 재작년·작년까지 좋았다가 올해 상대적으로 꺾인 데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축소 기조"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업황 속에서 주요 철근 제조업체들은 줄줄이 감산에 돌입했다.
현대제철[004020] 관계자는 통화에서 "철근 재고물량이 많은 상황"이라며 "철근 제조설비를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니고, 공장의 설비보수 일정을 당겨서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설비보수는 사실상의 감산이다.
통상적으로는 비성수기 때 공장의 설비를 보수하고 성수기 때 공장을 돌려 제품을 생산해내는데, 올해는 성수기인 2분기에 자사 철근 제조공장의 설비보수 일정을 잡은 셈이다.
동국제강[001230] 관계자도 통화에서 "최근 철근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상황에 따라 생산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공장 설비보수 일정을 고려해 생산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제강은 아예 철근 제조공장 한 곳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공장은 지난 4월 재해 발생으로 조업을 멈췄던 부산 신평 제강공장으로, 연산 규모는 약 60만t 수준이다.
대한제강 관계자는 "현재 철근은 판가가 너무 낮아지다 보니 팔아도 마이너스가 나오는 구조"라면서 "수익성을 고려할 때 폐쇄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다 보니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한반도 정세에서 호재 거리를 찾으려는 시도도 있다.
하나금융투자 박성봉·김경환 연구원은 투자 리포트에서 "회담 경과에 따라 경의선과 동해선의 현대화 사업 가시성이 높고 러시아 가스관 구축사업도 추후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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