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넘는 노인 표심이 변수…첫 3선 군수 나올지 관심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지난달 충북 보은군 인구 3만3천931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1만508명(30.96%)이다.
2003년 처음 노인 인구 20%를 돌파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해마다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6·13 지방선거를 위해 보은군이 작성한 선거인명부를 봐도 유권자 3만32명 중 60세 이상이 1만4천128명(47.04%)에 이른다. 이중 8천31명은 칠순을 넘긴 노인이다.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맞춤형 공약을 쏟아내면서 노인표 공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노인표가 많은 곳인데도 이 지역의 역대 지방선거는 번번이 예상 밖의 결과를 낳았다. 6차례 군수 선거에서 모두 진보 진영과 무소속이 승리해 '노인층 = 보수'라는 등식을 깨뜨렸다.
지방선거 결과만 보면 충청권에서도 가장 진보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4명이 출사표를 던진 이번 보은군수 선거도 예측불허의 접전이 예상된다. 다만 크게 벌어진 정당 지지도나 노인표 흐름 등이 판세를 점치는 바로미터가 되는 정도다.
이번 선거 최대 관전 포인트는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자유한국당 정상혁(76) 후보의 3선 성공 여부다.
자유선진당과 무소속으로 2차례 군수 자리에 오른 그는 보은산업단지 성공 분양, 대추축제 명품화, 스포츠 마케팅 성과 등 8년간의 치적을 앞세워 한 번 더 일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한다.
전국 최초로 80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산수(傘壽·여든 살) 경로당' 2곳을 설치하는 등 노인층 공략에 주력해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지지기반이 두텁다는 평이다.
그러나 충북 자치단체장 후보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고, 3선 피로감이 제기되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맞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인수(64·전 충북도의원) 후보는 고공행진하는 정당 지지도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상문(65·보은장학회 이사장) 후보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하면서 조직분열과 지지층 이탈이 있었지만, 후보 등록을 계기로 지지층이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다 이 지역 야권계 대부인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영상편지를 보내면서 '김 후보 구하기'에 나선 것도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잦은 당적 변경으로 인해 당내 기반이 취약하고, 후보 난립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바른미래당 구관서(60·전 한전 충북본부장) 후보는 4명의 경쟁자 중 가장 젊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1월 가장 늦게 선거판에 뛰어들어 인지도에서 밀리지만, 신선하고 성실한 캐릭터를 앞세워 지지층을 넓혀가는 중이다.
제19대 대통령선거 당시 안철수 후보가 이 지역에서 받은 22%의 득표율에다가 결집력 강한 종친과 동문 표를 합쳐 파란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후발주자 한계를 딛고 선두 경쟁에 참여할지가 숙제로 남아있다.
선거 초반 무소속 돌풍의 주인공이 된 김상문 후보는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고향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주장한다.
군수가 되면 봉급과 관사·관용차량 등을 반납하겠다는 파격 공약을 앞세워 표심을 자극하는 중이다.
상대측이 13건이나 되는 전과 기록과 복잡한 가정사 등을 물고 늘어져 이슈화하는 중이다. 그러나 그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불가피하게 생긴 일"이라고 정면 돌파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선거판은 현직인 정 군수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후보 난립과 민주당 분열을 지켜보면서 그의 3선 성공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1일 이 지역 한 주간 신문사에서 발표한 여론조사는 4명 중 3명이 오차범위에서 초박빙 시소게임을 벌이는 것으로 나왔다.
복잡한 정치 지형 등을 고려할 때 섣불리 우열을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선거 초반 형성된 3강 1중 구도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한두 차례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 30%에 이르는 노인표 향방이 승패를 가를 최대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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