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모드' 수사 석달 만에 함영주 영장, 김·최 피의자 소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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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검찰이 금융권 채용비리 수사 3개월 만에 KEB하나은행 함영주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이른바 '윗선'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검찰의 칼날은 함 행장을 넘어서 연루 의혹을 받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까지 향하고 있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정영학 부장검사)의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수사는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의 수사 의뢰로 시작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의뢰했다.
사회적 공분을 산 이번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수사팀은 사건을 배당받은 지 사흘 만에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이후 수사는 예상보다 더디게 흘러갔다.
이를 두고 신중한 법리 검토를 위해 속도 조절을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건 특성상 인사팀의 정당한 업무를 조직 내 다른 인물이 방해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데, 피의자들이 '정당한 업무 영역이었다'거나 '은행을 위해 필요한 인사였다' 등 명분으로 반박에 나설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한 발 먼저 검찰 수사를 받은 우리은행 이광구 전 행장 등 핵심 피의자들은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들은 수사 과정뿐 아니라 재판에서도 이러한 논리를 내세우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수사단은 첫 압수수색 한 달 만에 다시 압수수색을 하는 등 추가 증거 확보와 면밀한 검토 기간을 거쳐 2015∼2016년 인사부장이던 인물들을 먼저 구속했다.
은행 최고위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수사 전부터 불거졌음에도 실무선에서 시작해 점차 윗선으로 향하는 '상향식' 수사를 선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수사팀이 함 행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그동안 기초부터 탄탄히 다져온 수사 성과를 토대로 혐의를 입증할 만큼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음을 보여준다는 관측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은 한 발짝 더 나아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최흥식 전 금감원장도 비리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 전 원장의 경우 그가 하나금융 부사장 시절 추천한 지원자의 서류전형 점수가 합격 기준에 못 미쳤는데도 최종 합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다른 지원자의 추천자가 김정태 회장이라는 의혹도 나온 상태다. 고위 임원 등 추천자 명단이 담긴 이른바 'VIP 리스트'에 '김○○(회)'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이 김 회장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회장과 최 전 원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를 입증할 관련자들의 진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겉으로는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최 전 원장과 김 회장에 대한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혐의가 있는지는 조사를 더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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