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정원, 정권 비판적 이유로 '3단계 아웃 공작' 정황
'봉은사 수십억 종북좌파 지원' 첩보 근거로 주지 물러난 뒤에도 감시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이명박 정권 국가정보원이 정부에 비판적 인사인 명진 스님을 봉은사 주지에서 쫓아내려고 이른바 '3단계 아웃(OUT) 공작'을 벌인 정황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작년 11월 국정원이 수사 의뢰한 명진 스님 불법사찰 의혹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그 윗선이 관여한 단서를 잡고 원 전 원장 등 관련자를 곧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명진 스님이 방송 등에 출연해 이명박 정권을 "도덕적·철학적 가치가 없는 정권"이라 부르는 등 정부를 비판하는 언행을 하자 정권 차원에서 명진 스님을 겨냥한 사찰과 퇴진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2010년부터 청와대 민정수석·홍보수석실 등이 명진 스님 동향을 파악했다.
이어 같은 해 7월 국정원 회의 석상에서 원 전 원장이 "범민련 고문을 하던 종북좌파 세력 명진이 서울 한복판에서 요설을 설파하도록 두느냐. 이런 사람을 아웃시키지 못하면 국정원의 직무유기"라며 불법 사찰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원 전 원장의 정치 공작 전담 조직인 이른바 '특명팀'이 명진 스님 사찰 실무를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3차장 산하 방첩국 내 설치된 특명팀은 '명진 스님이 사찰의 연간 지출액 100억원 중 절반을 종북좌파 지원 등에 전용한다'는 첩보를 바탕으로 명진 스님에 대한 3단계 공작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조사됐다.
3단계 계획은 ▲ 명진 등 관련자의 사생활과 관련한 기초자료 입수·분석 ▲ 명진 주변 인물 중 국정원 협조자를 포섭해 집중적인 미행감시 ▲ 명진 등의 이메일을 해킹해 결정적인 비위 증거를 확보, 사법 처리 등으로 구성됐다.
명진 스님은 2010년 11월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을 놓고 조계종과 갈등을 빚다 주지에서 물러났지만, 국정원은 이듬해까지도 명진 스님 수행 비서의 행적이나 사이버 활동 등을 감시해 상부에 보고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최종흡(구속) 전 국정원 3차장을 소환 조사했다. 또 불구속 상태인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게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은 30일 법원에서 기각됐으나 검찰은 재청구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원 전 원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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