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재벌문제 후퇴…교소도 창살 너머로 촛불집회 위해 기도"
가석방 10일만에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민중 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복역하다 최근 가석방된 한상균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31일 기존 조직의 틀을 넘어 사회적 약자를 아우르는 새로운 노동운동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폭을 넓혀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실천하지 않는 노동자는 '민주노조'라는 명칭을 쓸 수 없도록 성찰할 수밖에 없다"며 "이 흐름을 새로운 운동의 흐름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민주노조라고 하면 공장 안에 조직된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을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며 "지금은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세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향후 활동 계획에 관해 "미조직 노동자들, 노조에 대한 열망이 있으나 두려움을 느끼는 노동자들, 배제된 노동자들이 포괄적으로 민주노총 깃발 아래 단결될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흰색 티셔츠에 남색 민주노총 조끼를 입고 나온 그는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구분해서 하는 게 온당하다"며 "한반도의 역사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끌어내고 있는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재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게 촛불 민심의 핵심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문제의 핵심은 재벌 문제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후퇴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은 교도소에서 접한 가장 벅찬 소식으로 박근혜 정부의 퇴진을 부른 촛불집회 소식을 꼽았다.
그는 "촛불 혁명의 주말에 저는 갈 수 없었지만, 금요일 밤만 되면 (교도소) 창살과 하늘을 보며 '내일은 제발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하고 간절하게 하늘에 빌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만기 출소에 조금 앞서 풀려났지만, 이영주 전 사무총장 동지는 여전히 서울구치소에 영어의 몸으로 묶여 있다"며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불법 시위 주도 혐의로 구속된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도 거론하면서 "양심수는 당장 석방돼야 하고 사면·복권이 지연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포함한 최저임금법 개정의 국회 통과에 대해서는 "노동자와 약자의 편에 선 사람이 소수인 게 분명해졌다"며 "앞으로 노동자를 대변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을 구분하는 결정적 계기를 이번 국회가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이던 2015년 11월 서울 도심에서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민중 총궐기 집회를 주도했다. 당시 집회는 '박근혜 정권 퇴진' 구호를 전면에 내걸었다.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 쫓기던 그는 조계사 등에서 20여일 동안 은신하다가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받고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을 비롯한 외국 노동계도 한 전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했지만, 그는 사면·복권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던 중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으로 지난 21일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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