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천안서 병역 기피 의혹·검찰 기소 알리는 현수막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6·13 지방선거가 31일 공식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본격화한 가운데 대전·충남 일부 지역에서 상대방 후보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게시돼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선거 현수막이 후보자의 이름·정당과 함께 공약을 소개하는 데 사용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정책선거가 아닌 네거티브 선거전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관위 따르면 후보자 한 명당 걸 수 있는 현수막은 읍·면·동에 최대 2장이다.
길이 7.8m에 높이 1.2m에 불과하지만, 인구 이동이 많은 교차로 등에 게시한다는 점 등으로 선거 공보물과 함께 후보를 홍보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현수막에는 후보자의 얼굴, 정당, 이름, 기호와 함께 슬로건이나 정책 공약 등을 게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 사용된 자유한국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의 현수막 상당수는 자신의 공약이 아닌 '발가락, 군 면제 의혹 시민을 속일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다.
민주당 허태정 후보가 젊은 시절 발가락을 다쳐 군대 면제를 받은 것과 관련해 '병역 회피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박 후보뿐 아니라 한국당 소속 구청장이나 광역·기초의원 상당수도 자신의 현수막에 이러한 문구를 적어 넣었다.
박 후보 측은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도덕성 검증 차원이라고 주장한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민주당 소속 전임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하지 않았느냐"며 "상대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현수막과 함께 정책 공약을 알리는 현수막도 상당수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허 후보 측 관계자는 "대전시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후보가 각종 토론회 등에서 네거티브로 일관하더니 선거 현수막까지 네거티브하고 있다"며 "네거티브를 하는 후보는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날 천안지역 곳곳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구본영 민주당 시장 후보의 기소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게시된 것이다.
흰색 바탕의 현수막에는 '구본영 뇌물수수 혐의 검찰 기소, 6월 20일 재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현수막은 구 후보의 경쟁자인 한국당 박상돈 후보 캠프에서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시민들이 구본영 후보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 선관위 질의회신을 받아 현수막을 게시했다"며 "박상돈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알리는 현수막과 함께 구 후보의 재판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을 게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충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가 천안시 발전을 위해 가장 좋은 정책을 가졌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박상돈 후보는 네거티브를 중단하고 정책선거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