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부인 첫 구속사례 되나…한진家 전방위 수사 가속

입력 2018-05-31 16:59  

재벌총수 부인 첫 구속사례 되나…한진家 전방위 수사 가속
세 모녀 모두 수사…이명희 이사장 '갑질논란' 최초 구속자 될지 주목
총수 부인이 폭행·상해 혐의로 구속될 경우 이례적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한진그룹 일가 세 모녀의 각종 의혹에 관한 수사가 가속화된 가운데 경찰이 어머니인 이명희(69)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해 이번 사건으로 첫 구속자가 나올지 주목된다.
31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인 이 이사장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첫째 딸 조현아(44)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법무부 이민특수조사대와 인천본부세관, 둘째 딸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는 서울남부지검 등에서 각각 수사를 받고 있다.
조현민 전 전무가 '물벼락 갑질' 혐의로,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와 밀수 혐의로, 이명희 이사장은 자택 직원 등을 수시로 폭언하거나 폭행한 혐의로 각 수사기관에 1차례 이상 출석해 조사를 받은 상태다.
세 모녀 가운데 구속영장 심사를 받은 사람은 아직 없다. 앞서 경찰이 조현민 전 전무에 대해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영장 청구권을 가진 검찰이 이달 4일 경찰의 신청을 반려하며 불구속 수사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조 전 전무의 사례와 달리 이 이사장의 구속영장은 검찰의 문턱을 넘어 법원에서도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전 전무의 혐의가 2건이었고 이 가운데 폭행 혐의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처벌(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인 것과 달리 이 이사장은 7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이사장에게 적용된 특수상해·상해·특수폭행·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상습폭행·업무방해·모욕 혐의 중 친고죄인 모욕을 제외한 6개는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는 혐의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조현민 전 전무의 구속영장을 신청한 뒤 폭행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는 영장 신청이 검찰에서 반려된 원인이 됐다. 반면 이 이사장은 이 같은 반전이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이사장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법원 영장심사에서는 혐의가 얼마나 소명되는지가 관건이다.
혐의 소명(疏明)이란 어느 정도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범죄사실의 존재에 확신을 갖는 '증명'보다는 낮은 단계의 입증이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고, ▲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등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한데도 이 이사장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등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 이사장이 구속되면 이례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벌 총수 부인이 횡령·배임 등 경영 비리나 재산 범죄가 아닌 물리력을 행사해 상해·폭행 등 혐의로 구속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한진 총수 일가의 혐의를 수사하는 각 기관은 일제히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경찰은 이 이사장을 이틀 만에 연거푸 소환해 고강도 조사한 지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이날 오전 대한항공 본사 재무본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본사 압수수색은 지난 25일 관계사들을 압수수색한 이후 6일 만이다.
앞으로도 조양호 회장 일가를 향한 수사는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인천본부세관은 밀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조 전 부사장을 다음 달 4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조 회장 일가가 사택 경비 비용을 회삿돈으로 충당한 의혹도 내사 중이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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