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미국에 두고 있는 자회사가 미국 금융당국이 평가하는 '문제성 은행' 리스트에 올랐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최근 도이체방크의 자회사인 DBTCA를 재무적 생존능력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취약점을 가진 은행들의 리스트에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1년 전부터 이 은행을 '문제가 있는 상태'(Troubled condition)로 분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은 크리스티안 제빙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월 취임한 이후 주력하고 있는 경영 정상화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몇 년간 실적 부진과 이에 따른 경영진의 내분으로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전에 공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했던 여파에다 금융위기 후 불거진 각종 금융 스캔들까지 가세했다.
도이체방크는 FDIC의 리스트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자 31일 주가가 9.16달러로 7.15% 급락했다. 이는 올해 들어 총 42%나 급락한 수준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 금융감독청(BaFin)도 제빙 CEO가 취임하기 몇 개월 전부터 도이체방크의 미국 투자은행 사업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FDIC가 작성하는 리스트는 미국 은행 시스템의 전반적인 건전성을 평가하는 척도로 간주되고 있다. 리스트에 등재된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2009년 한때 884개에 달했었다.
DBTCA가 지난해 당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말 현재의 자산은 421억 달러였다.
FDIC의 이번 결정은 도이체방크가 공을 들인 미국 자회사의 장래와 관련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FDIC의 리스트에 오른 은행은 이른바 'Camels' 등급 평가를 받아야 한다. 낙타 등급이란 자본(c)와 자산(a), 경영(m), 순익(e), 유동성(l), 시장 리스크 민감성(s)의 영어 단어 앞글자를 모은 것으로, 감독관은 항목별로 1∼5점을 매겨 종합 점수를 산출한다.
FDIC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하면 경영권을 장악해 다른 건전한 은행에 매각하거나 청산 절차를 밟고 예금을 명의자들에게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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