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평화당 공천 갈등 속 5자 구도…"어떤 결과 나와도 상징성 커"
(신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기자 양반이라면 누구 찍겄소?"
전남 신안군 압해읍에서 만난 50대 유권자는 지지 성향을 묻자 도리어 반문했다.
1천여 개 섬이 있어 '천사(1004)의 섬'이라는 별칭을 얻은 신안은 섬마다 고유 정서가 짙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 주민의 자부심도 강하다.
1∼3회 지방선거에는 당시 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승리했지만 4∼6회 내리 무소속 후보가 당선할 만큼 무소속 강세 지역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는 군수 출신 무소속 고길호·박우량 후보, 전남도의원 출신 민주평화당 정연선·무소속 임흥빈 후보, 더불어민주당 전략 공천을 받은 천경배 후보가 나선다.
후보 5명의 면면은 누가 당선돼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쟁쟁하다.
여기에 공천 과정부터 끝없이 쏟아진 논란·공방과 거기에서 파생한 대립 구도까지 얽히고설켜 선거 열기는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선거 판세는 민선 5기 군수였던 박우량 후보가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요동쳤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받고도 돌연 출마를 포기해 공천을 무력하게 했다는 게 배제 이유였다.
민주당은 당내 공천을 무력화한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으로 당규를 개정했고, 새 당규는 박 후보에게 곧바로 적용됐다.
그러고는 추미애 대표 비서실 부실장을 지낸 천경배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박 후보는 물론 끝까지 경선을 요구했던 전남도의원 출신 임흥빈 후보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임 후보는 민주당 전략 공천을 '적폐 공천'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후발 주자인 천경배 후보는 고공 행진하는 지역 내 정당지지율을 등에 업은 채 40대 젊은 기수론과 '세력 교체론'으로 자신에 대한 견제에 맞섰다.
천 후보는 전직 군수를 겨냥한 듯 "군정 농단과 비리·적폐행정을 일삼는 낡은 세력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평화당 공천 과정에서도 민선 6기 군수인 고길호 후보와 전남도의원 출신 정연선 후보 간 대결이 예상됐지만, 경선은 성사되지 않았다.
고 후보는 단수 추천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고, 평화당 공천은 정 후보 몫이 됐다.
신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키워낸 지역답게 지역민 정치의식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애증의 시선으로 민주당과 평화당 공천 과정을 지켜본 유권자들이 기성 정치권에 심판의 잣대를 댈지, '미워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줄지 주목된다.
전직 군수·도의원도 심판 또는 재신임의 대상이 될지 갈림길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신안군은 규모나 유권자 수로 보면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선거 판도에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상징하는 의미가 큰 지역"이라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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