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1976년 6월 27일 이스라엘 로드 공항을 이륙해 아테네를 경유,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AF-139편이 테러범에게 납치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납치범들은 AF-139편을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착륙시키고 500만 달러와 이스라엘에 투옥된 테러범 53명의 석방을 요구한다.
피랍 승객은 모두 239명이었고 그 중 약 3분의 1이 이스라엘 국민이었다.
납치범은 모두 4명으로 2명은 혁명분파 소속 독일인 남녀 커플이었으며, 2명은 팔레스타인해방전선 소속이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납치범 요구에 응할지, 구출작전을 시행할지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최정예 대테러부대인 '사이렛 매트칼' 출동을 지시한다. 20세기 최대의 인질구출작전으로 불리는 '엔테베 작전'의 시작이었다.
영화 '엔테베 작전'은 AF-139편이 납치된 1976년 6월 27일부터 인질 구출이 완료된 7월 3일까지 7일간 이야기를 다룬다.
언뜻 보면 특수부대의 인질 구출을 소재로 한 밀리터리 영화로 비치지만 이 영화는 이스라엘 정부와 특수부대 요원, 납치범들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본다.
독일인 테러범 '브리짓 쿨만'은 혁명가라고 자칭하며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해 여객기 납치에 가담했다. 그러나 혁명가가 아닌 테러리스트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한다.
또 한 명의 독일인 테러범인 '윌프리드 보제' 역시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위해 범행에 나섰지만 누구도 다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누구보다 인질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이스라엘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해 이들을 풀어주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구출작전을 감행하고 자신이 인질들을 사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자 죄책감과 혼란에 빠진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테러범 편을 들진 않는다. 구출작전을 선택한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도 충분히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로서는 한 번 테러범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유사한 테러가 이어질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엔테베 작전은 군사적으로 대성공을 거둔다. 작전 결과 테러범 7명과 우간다군 45명, 인질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 '사이렛 매트칼' 요원 중 유일한 사망자는 부대장인 요니 네타냐후 중령이었다.
엔테베 작전을 최종 승인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을 체결했으나 1995년 유대인 극우파 청년 이갈 아미르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다.
또 엔테베 작전 유일한 순직자인 요니 네타냐후 중령의 동생 베냐민 네타냐후는 대(對)팔레스타인 강경책을 주창하며 정계에 입문, 현재 이스라엘 총리직을 맡고 있다.
독일인 테러범 '브리짓 쿨만'과 '윌프리드 보제' 역은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인 로자먼드 파이크와 다니엘 브륄이 맡았다.
'나를 찾아줘', '오만과 편견' 등에서 연기력을 입증한 로자먼드 파이크는 독일어를 전혀 몰랐지만, 필사적으로 연습해 영화 속 모든 독일어 대사를 유창하게 해냈다.
독일 출신인 다니엘 브륄은 '굿바이 레닌', '러시: 더 라이벌' 등에서 선보인 섬세한 표현력을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7일 개봉하며, 12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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