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분 즉석발언·문답…핵심 의혹 질문엔 답변 흐리고 불쾌감 표시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임순현 기자 = 언론 노출을 자제하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돌연 입을 열었다.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 '재판거래' 의혹 파장이 예상보다 커지자 서둘러 해명에 나선 것으로 여겨진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2시 10분께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취재진을 만나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결과 발표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입장 발표는 회견 시작 불과 2시간 전에 언론에 일정을 알릴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을 향한 수많은 취재진과 카메라가 다소 부담스러운 듯 "오랜만에 취재진을 대하니 굉장히 어색하고 떨린다"라고 말하며 천천히 입을 뗐다.
갑작스럽게 결정이 이뤄진 상황을 반영하듯 입장문도 사전에 아직 준비되지 않아 회견은 20여 분간 즉석 발언으로 이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 일어난 일 때문에 제가 사랑하는 법원이 오랫동안 소용돌이에 빠져 국민이 보기에 안타까울 정도의 모습이 된 것이 슬프고 안타깝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두 가지 점은 제가 명백히 선을 긋고 넘어가야겠다"라고 말하면서 단호한 어조로 바뀌었다.
그는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건 하급심 재판이건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대법원 재판의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면서 '재판 거래'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얘기를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특정한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법관에 인사상 불이익을 준 일도 없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이번 파문의 핵심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양 전 대법원장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둘러싼 질문에는 답변을 피해 갔다.
특히 '재판 거래' 의혹의 근거로 여겨지는 법원행정처 문건과 관련해서는 "문건이 '이렇다'라고 단정적으로 해석해 사실을 자꾸 만들어 나가서는 안 된다", "무슨 문건인지 알아야 이야기할 수 있다", "컴퓨터 안에 무슨 문서가 있는지 제가 알 수 없다" 등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취재진이 문건들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는지 다시 묻자 "그런 여러 상황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법관 사찰 논란과 관련해 질문이 이어지자 "말꼬투리를 잡아 질문하지 말아달라"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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