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과 미국 간에 '빅딜'의 기대를 높이는 긍정적 신호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회담을 마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정상회담의 조건을 설정하기 위한 북미 간 논의와 관련, "지난 72시간 동안 실질적 진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을 위한 절차들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기의 담판으로 기록될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9부 능선에 다다른 느낌이다.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 준비에 필요한 핵심적 조건들을 놓고 큰 틀의 조율을 끝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나오는 언급들로 미뤄볼 때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라 미국이 제공할 보상과 반대급부에 대한 협상이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추정해볼 만하다. 일부 핵 반출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조치를 북한이 초반에 이행하고 일부 반대급부가 진행되는 쪽으로 타협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양측 간 사전 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다행스럽고 환영할 일이다.
여전히 지나친 낙관만은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아직 북미 간에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이 상당한 진전을 이루긴 했지만, 비핵화 로드맵의 일부 핵심 대목을 놓고 아직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실무협상 레벨에서 결정할 수 없는 최고 지도자만이 결단할 문제도 남아 있을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가 세계의 흐름을 바꿀 일생에 한 번뿐인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으려면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면에서 무엇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말이다.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 문제의 해법은 북한의 핵 폐기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북미 두 정상이 만나서 원칙 수준을 넘는 구체적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합의한다면 비핵화의 첫걸음으로서 역사에 남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고 밝혔다. 북미 관계와 한반도 비핵화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세 하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단계적으로 풀어가는 것도 희망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면 이제 그 구체적 방법이 공개될 때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1일(현지시간) 전달될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십 년을 끌어온 북한 핵 문제의 마침표를 마침내 찍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라는 굳은 각오 속에서 북미 양측이 막바지 조율을 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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