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권자만 중요?…소지역주의 편승한 표심몰이

입력 2018-06-03 05:13  

내 유권자만 중요?…소지역주의 편승한 표심몰이
이웃 지자체간 갈등, 선거판서 정치적 확대 재생산
전문가들 "자기입장 강화보다 합리적 해결 공약 제시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6·13 지방선거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접어들면서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이슈가 선거판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후보자들이 오랜 갈등을 해소할 상생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당장 표를 얻기 위한 선거전략으로 활용하면서 지방선거가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는 촉매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해야 할 정치권이 되레 소지역주의에 편승해 선거승리만 꾀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인접한 경기 수원시와 화성시는 수원에 있는 공군비행장(수원군공항) 이전 문제로 갈등이 심하다.
국방부가 지난해 2월 16일 수원시의 건의를 받아들여 수원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해 발표하면서 두 이웃 지자체는 견원지간이 됐다. 두 시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시장이었지만, 지역의 최대 현안을 두고는 일절 협력하지 않았다.
이런 갈등은 이번 6·13지방선거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수원과 화성시에 각각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이 지역 최대 현안인 수원군공항 이전사업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나타내면서 갈등 양상을 보였다. 민감한 지역 현안을 앞에 두고 집안싸움을 벌이고 모양새다.
염태영 수원시장 후보, 조명자 시도의원 후보 대표, 김진표·박광온·김영진·백혜련·이재준 수원시 민주당 지역위원장, 한길수 군공항 이전 수원시민협의회 공동부회장은 이날 염 시장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원시의 미래를 밝혀줄 군공항 이전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군공항 이전은 수원시뿐 아니라 경기 남부권 경제가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며 군공항 이전이 화성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뉘앙스를 은근히 풍겼다.
수원시 후보들과 달리 이날 화성시의원 후보들은 삭발까지 하면서 군공항 이전 결사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이종권(가선거구)·정명희(다선거구) 화성시의원 후보는 화성시의회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 결사반대"를 외치며 삭발했다.
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1인 시위와 단체시위를 하며 수원전투비행장 이전 반대라는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고자 노력해왔다"면서 "오늘 삭발식을 감행한 것도 이러한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과 안성시에서도 39년째 해묵은 상수원보호구역 갈등에 대해 지역마다 후보들이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
평택호 상류 지점인 안성천에 1979년 유천 취수장이 설치됨에 따라 취수장 인근 안성시 공도읍 0.956㎢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공장설립 등 개발사업이 제한되면서 두 도시 간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우석제 민주당 안성시장 후보와 천동현 자유한국당 후보는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위한 적임자를 자처하며 안성시민들의 지지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유천취수장 이전· 폐쇄 권한을 가진 평택시의 경우 시장후보들이 평택지역 현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해 아무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충남에서는 한국당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의 충남도청 제2청사 설치 공약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 후보는 "충남의 모든 경제는 천안과 아산에서 동력을 찾고 있다. 경제 관련 민원을 내포까지 가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제2청사 천안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민주당 양승조 후보는 지역 내 또 다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미 홍성·예산 일원 내포신도시에 충남도청이 이전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종합병원과 대학도 없는 등 정주 여건 조성이 갈 길이 먼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충남에서 유권자가 가장 많은 천안지역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구에서는 상수도 취수원을 구미지역 낙동강으로 이전하는 계획과 관련해 대구와 구미지역 출마자들 사이에 의견이 제각각이다.
임대윤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를 비롯해 대구지역 출마자들은 구미 해평지역으로 대구 취수원을 옮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구미 시장후보들은 "시민 뜻에 따르겠다"면서도 대부분 이전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풀어갈지에 대한 공약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후보들이 검토하고 공약으로 제시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지방자치단체 간 문제에 대해서는 자기 입장을 강화하는 공약을 내기보다는 상대방과 함께 해답을 찾아가겠다는 식으로 방법을 제시하면 당선 후 타 지자체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유용하다"고 지적했다.
갈등해결학 박사 국내 1호인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도 "다른 지역과 반대되는 공약을 내걸어 당선되고 나면 그 공약에 갇혀 합리적으로 지역 간 갈등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잃어버린다"면서 "후보자들이 진지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하고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식 김인유 한종구 이강일)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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