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박사 출신…총선 패배로 당대표 밀려났다가 재기
노련하고 끈질기기로 정평 난 라호이 상대로 야당 규합…정치적 승부수 성공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잘 생긴 페드로가 총리가 됐다."
스페인 제1야당인 사회노동당(PSOE)의 당수로서 집권 국민당 정부의 실각을 주도해 성공한 페드로 산체스(46) 신임 총리는 미남으로 유명하다. 정계에서의 별명도 '잘 생긴 페드로'(Pedro el Guapo)다.
매끈한 감색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총리 불신임 표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자신의 최대 정적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사퇴를 압박하며 "당신이 속한 낡은 시대는 끝났다"고 쏘아붙였다.
외모와 젊은 나이로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두 번의 총선 패배 후 절치부심한 끝에 승부수를 띄워 마침내 성공할 만큼 정치적 감각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특히 그 상대가 끈질긴 생명력과 노련한 정치 수완으로 정평이 난 베테랑 정치인 라호이를 상대로 한 것이라 그의 이번 승리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산체스 신임 스페인 총리는 기업가인 아버지와 공무원인 어머니를 둔 마드리드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학창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할 만큼 활동적인 성격에 잘 생긴 외모로 인기가 많았다.
스페인에서 대학을 마친 뒤에는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으로 유학해 유럽연합 연구로 석사 학위를 땄다.
2004∼2009년 마드리드의 사회당(PSOE) 시의원을 지냈고 사회당 정부인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총리 시절 하원에 입성했다.
2011년 라호이가 이끌던 중도우파 국민당이 총선을 휩쓸어 집권하자, 밀려나 원외 생활을 했는데 이때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논문 주제는 '스페인 경제외교의 혁신'이다.
2013년 보궐로 다시 원내에 진출해 사회당 대표가 됐는데 그의 리더십으로 2016년 6월 치른 총선에서 사회당은 스페인 민주화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내며 참패했다. 이때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별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었던 사회당은 작년 5월 당의 재건을 이끌라면서 그에게 다시 당 대표를 맡겼다.
작년 스페인 정국의 최대 '뇌관'이었던 카탈루냐 분리독립 문제를 놓고 사회당은 정적인 국민당의 편에 섰다.
그러나 집권당의 초대형 부패 스캔들이라는 '호재'를 맞은 산체스는 라호이 총리의 지난주 불신임안을 제출하며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고, 처음의 예상을 뒤엎고 지지표 규합에 성공하면서 46세의 젊은 나이에 총리에 올랐다.
서방국가의 40대 지도자에는 에마뉘엘 마크롱(40)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46) 캐나다 총리 등이 있다.
부패 스캔들로 권력을 사회당에 넘겨준 국민당은 세를 규합한 야당들을 '프랑켄슈타인 다수'라고 비난하며 산체스의 총리 재임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라호이 전 총리는 31일(현지시간) 산체스를 겨냥해 "(총리가 되려는) 개인적 야망에 따라 기회주의를 택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산체스는 다음 총선 때까지 관리형 내각을 이끌면서 안정적인 정부 운영과 집권 기반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反) 국민당 세력을 규합해 라호이 총리를 끌어내리긴 했지만, 사회당에 협조한 각기 다른 정파들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지향점이 선명하게 엇갈려 안정적인 정국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현재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중도신당 시우다다노스(시민당),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급진좌파정당 포데모스를 적절히 견제하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산체스 신임 총리는 정부 불신임이 통과되면 조기 총선을 실시하되 스페인 정국을 충분히 안정시킨 다음에 그렇게 하겠고 공언해왔다.
싱크탱크 테네오 연구소의 안토니오 바로수 부소장은 AFP와 인터뷰에서 "경제정책에서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 "12개월 이내에 조기 총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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