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직선제 후 학교시설 투자↑…"유권자인 학부모 의식"

입력 2018-06-03 07:11  

교육감 직선제 후 학교시설 투자↑…"유권자인 학부모 의식"
'학생 교육지원 지출' 늘었다가 줄고 '학부모 부담'은 증가 후 감소
교육재정 논문…"누가 선출돼도 기본 교육투자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학교시설에 대한 교육청의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감들이 유권자인 학부모를 의식해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는 시설 확충에 신경 썼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3일 김영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과 이호준 서울대 교육연구소 연구원이 학술지 '교육재정경제연구'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교육감 직접선거 시행지역은 미시행지역보다 학생 1명당 학교시설확충비를 28.1% 더 썼다.
연구진은 2010년을 기준으로 전국을 교육감 직선 시행지역과 미시행지역으로 구분해 각 지역 학교 정보공시자료를 분석했다. 분석대상 학교는 총 3천944개였다.
교육감 직선제는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도입됐다.
첫 교육감 직선은 2007년 2월 부산에서 실시됐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울산·충북·경남·제주 시민들이 직접 교육감을 뽑았다.
2008년에는 충남·전북·서울·대전, 2009년에는 경기·경북·충남(재보궐)에서 교육감 직선이 치러졌다. 2010년부터는 전국지방선거와 함께 교육감 선거가 진행된다.
이번 연구에서 부산·울산·충북·경남·제주는 교육감 직선 3년차, 충남·전북·서울·대전은 2년차, 경기·경북은 1년차로 구분됐다.
1년차 지역은 미시행지역에 견줘 학생 1명당 학교시설확충비를 49.2%나 더 지출했다. 2년차와 3년차 지역도 미시행지역보다 시설 투자가 많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었다.
연구진은 선출직 공무원인 교육감이 재선 가능성을 극대화하고자 시설·설비사업을 확대하는 '지대추구(地代追求·rent-seeking) 행위'의 결과로 추정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중점 투자한다는 의미다.
김 연구위원은 "교육감은 선거 직후에는 유권자의 요구와 수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보니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시설에 지출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직선 4년차와 5년차 데이터를 살펴봐야 더 정확한 이유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 1명당 교육활동지원비 지출은 직선 시행과 미시행 지역 간 유의미한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
다만 미시행지역과 비교해 직선 1년차 지역은 학생 1명당 지원비를 12.4% 적게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2년차 지역은 미시행지역보다 학생 1명당 지원비가 13.3% 증가했다.
학교 세입항목 가운데 학생 1인당 학부모부담수입으로 분석한 학부모 교육비 부담도 직선 시행과 미시행 지역 간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시행 연차를 고려했을 때 1년차 지역은 미시행지역보다 학부모 부담이 38.7% 증가했지만 2년차와 3년차 지역은 35.0%와 8.2% 감소했다.
교육감 직선 직후 학부모 교육비 부담이 늘었다가 이후 줄어든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결과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선출직 교육감이 유권자인 학부모가 부담하는 교육비를 줄이고자 노력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초기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시설 확충이나 새로운 정책이 추진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연구진은 "교육감 직선제가 유권자인 주민과 학부모 교육비 부담을 줄여 실질 교육비를 늘리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면서 "다만, 기본적 교육활동에 들어가는 지출이 줄고 단시일에 성과가 확인되는 시설 확충 지출이 늘어나는 의도치 않은 결과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교육감이 선출되든 기본적 교육활동에 대한 투자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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