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45년만에 천마총 다시 모인 조사단 4인방

입력 2018-06-03 06:10   수정 2018-06-03 11:02

발굴 45년만에 천마총 다시 모인 조사단 4인방
재개관 앞두고 자문회의…"옛 모습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정확히 45년 만에 경주 천마총 발굴에 참여한 조사단 4명이 다시 무덤 안에서 만났다. 혈기 왕성했던 청년들은 모두 백발이 성성한 원로가 됐지만, 당시 발굴 상황에 관한 기억은 또렷한 듯했다.
지난달 31일 천마총 내부 전시관 보수공사 현장에서 열린 자문회의에 김동현(81)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지건길(75)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윤근일(71) 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 최병현(70) 숭실대 명예교수가 참석했다.
신라시대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돌무지덧널무덤)인 천마총은 5세기 후반 혹은 6세기 초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왕릉급 무덤으로,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 산하 경주고적발굴조사단이 최초로 발굴한 유적이다.
초대형 고분 황남대총 조사에 앞서 시범 사례 격으로 발굴이 결정됐지만, 성과는 놀라웠다. 1973년 4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조사를 통해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천마도를 비롯해 금관, 금제 허리띠, 유리잔 등 국보와 보물 10건을 포함해 유물 1만1천500여 점이 쏟아져 나왔다.
발굴팀장 김동현 전 소장을 비롯한 왕년 멤버는 올여름 재개관 예정인 전시관 구성과 전시 기법에 대해 조언하기 위해 이날 집결했다. 천마총은 발굴 이후 1976년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변했으나, 지난 9월부터 보수공사 중이다.
기존 천마총 전시관이 발굴 당시 모습을 정확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경주시는 이번에 보수공사를 하면서 출토 상황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측면에서 동서 길이 6.6m, 남북 길이 4.2m, 높이 2.3m인 목곽 안에 목관과 부장품을 담은 궤인 부장궤(副葬櫃), 화려한 부장품을 과거와 얼마나 비슷하게 배치하는지가 전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자리에 모인 조사단원들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조사 내용을 야장(野帳)에 꼼꼼하게 기록한 최병현 명예교수는 "목곽 바닥에 돌을 깔아 만든 석단은 얼기설기하지 않고 가지런했다"고 지적했다.
최 명예교수는 "부장궤에는 아래에 솥과 토기를 두고 중간에는 비단으로 싼 금동그릇을 놓았으며, 그 위에 천마도를 올렸다"며 "부장품이 상당히 높게 쌓였다는 사실을 관람객들이 알도록 연출하라"고 주문했다.
목관이나 부장궤가 지나치게 새것 같다는 비판도 있었다. 지건길 이사장은 "목재를 대패질하면 안 된다"며 "발굴 당시에는 나무가 부식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전 소장은 목관과 석단이 상당히 높았다고 강조하면서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윤 전 소장도 목관을 둘러싼 석단 위에 유물이 훨씬 더 많았다고 강조했다.
한목소리로 천마총 목곽 내부가 훨씬 화려하고 정연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 조사단원들은 목곽 내부 벽에 주칠(朱漆)이 됐는지를 두고는 의견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동현 전 소장이 주칠을 기억한다고 하자 최 명예교수는 벽체 아래 돌에만 주칠이 됐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관 안쪽에 검붉은 주칠이 있었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했다.
열띤 토론을 마치고 어두컴컴한 전시관을 빠져나가는 김동현 전 소장에게 발굴 현장에서 45년 만에 후배 단원과 만난 소감을 묻자 그는 "40년 넘게 흘렀나"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발굴할 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다들 활기차게 일했죠. 새로운 전시관에서는 이전과 달리 천마총을 옛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소원이에요.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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