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비슈차, 해트트릭으로 승리 주도
(전주=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신태용호가 스웨덴을 가상한 국내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씁쓸한 패배를 당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에서 0-1로 뒤진 전반 30분 이재성이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해트트릭을 작성한 에딘 비슈차의 활약에 눌려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신태용호는 출국 전 국내 마지막 A매치에서 아쉬운 패배를 안은 채 월드컵 장도에 오르게 됐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지난 2015년 3월 우즈베키스탄전 1-1 무승부 이후 이어왔던 A매치 홈경기 16경기 무패(13승 3무) 행진을 중단했다.
또 보스니아와 역대 A매치 상대 전적에서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지난해 7월 사령탑을 맡은 신태용 감독은 지금까지 17차례의 A매치에서 6승 5무 5패를 기록하게 됐다.
신태용호는 2일 소집명단 26명에서 세 명을 탈락시킨 23명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뒤 다음 날 사전캠프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떠난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4만1천254명의 축구팬이 찾아와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평가전에 나선 태극전사들을 응원했지만 동유럽의 복병 보스니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1위로 한국(61위)보다 20계단이 높은 보스니아와의 대결에 온두라스전(5월 28일)과 같은 손흥민(토트넘)-황희찬(잘츠부르크) 투톱을 가동했다.
손흥민과 황희찬 뒤에는 이재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중원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정우영(FC도쿄)이 지켰다.
신 감독이 예고한 대로 수비진은 스리백 카드를 들고 나왔고, 스토퍼로 나선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중심으로 양쪽에 오반석(제주)과 윤영선(성남)을 배치했다.
기성용은 이날 선발 출장으로 A매치 100경기째를 채워 한국 선수로는 역대 14번째로 센추리클럽에 가입했다.
좌우 윙백은 김민우(상주)와 이용(전북)이 맡았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빗셀 고베)가 꼈다.
이에 맞선 보스니아는 골잡이 에딘 제코를 최전방에 배치해 맞불을 놨다.
한국은 3-4-1-2 전형이 초반에 유기적 호흡이 맞지 않아 보스니아에 공격 주도권을 내주는 듯 했지만 차츰 안정을 찾아가며 공세의 수위를 높여갔다.
전반 6분에는 황희찬이 상대 진영에서 백패스를 가로챈 뒤 왼쪽 구석으로 파고들며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그러나 손흥민이 수비수들에 둘러싸이는 바람에 슈팅까지 연결하지 못했다.
한국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밀어붙였다. 전반 8분에는 구자철이 오른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마음 놓고 슈팅을 때렸지만 공이 왼쪽 골대를 벗어났다. 2분 후에는 이용이 오른쪽에서 땅볼 크로스를 날카롭게 찔러주자 황희찬이 골문으로 달려들며 발을 뻗었지만 발끝에 닿지 않았다.
반격에 나선 보스니아의 공세도 매서웠다.
보스니아의 공격 선봉인 제코는 전반 12분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강하게 오른발로 찼지만 공이 골대 위를 살짝 벗어났다. 우리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위협적인 슈팅이었다.
한국은 전반 16분 손흥민이 상대 수비수 파울로 아크 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정우영의 슈팅은 크로스바 위를 살짝 벗어났다.
한국은 계속된 공세로 보스니아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전반 28분 먼저 실점했다.
보스니아가 역습 상황에서 왼쪽 크로스에 이어 제코가 헤딩을 시도했다. 그러나 머리를 스치지 않고 오른쪽 골지역 뒤쪽으로 흘렀고, 이곳에 도사리던 비슈차가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왼쪽 골문을 꿰뚫었다.
하지만 한국이 곧바로 동점골로 되갚았다. 프로축구 전북 소속으로 전주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이재성이 해결사로 나섰다.
전반 30분 후방에서 구자철이 올려준 전진패스를 이어받은 황희찬이 왼쪽 골지역으로 침투한 이재성에게 찔러줬다. 이재성은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왼발로 골문을 향해 가볍게 슈팅했다. 역동작에 걸린 상대 골키퍼 이브라힘 세비치는 손을 쓰지 못했고, 공은 그대로 오른쪽 골망을 흔들었다.
황희찬의 예리한 패스와 상대 깊숙이 침투한 이재성의 감각적인 슈팅이 만들어낸 귀중한 동점골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전반 추가시간 보스니아의 역습 상황에서 선제골을 넣은 비슈차에게 한 방을 더 얻어맞아 1-2 리드를 허용했다. 비슈차는 후방에서 하리스 둘레비치가 길게 전진 패스를 해주자 오른쪽 수비 뒷공간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한국 골네트를 출렁였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 들어 오반석을 빼고 권경원(톈진)을 투입해 변화를 줬다. 그러나 포백 수비라인에 익숙한 선수들은 스리백에 적응하지 못한 채 자주 상대 공격수들을 놓치는 등 허점을 노출했다.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던 한국은 온두라스전에서 활약한 이승우(엘라스 베로나)와 문선민(인천), 김신욱(전북)을 차례로 교체 투입해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황희찬과 공격 쌍두마차로 호흡을 맞춘 손흥민이 수비수의 견제를 뚫지 못했고,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의 패스 실수도 이어졌다.
한국은 후반 34분 보스니아의 비슈차에게 또 한 번 골을 내줬다. 비슈차는 왼쪽에서 크로스가 올라오자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어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상대 페널티 지역을 단독 드리블로 통과한 뒤 슈팅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혀 결국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chil881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