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에서 수십 분간 쓴소리 "남자답게 하자"
(전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1일 한국 축구대표팀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
1-3으로 완패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좀처럼 라커룸에서 나오지 않았다.
경기 후 감독 기자회견이 끝난 뒤 곧바로 짐을 챙겨 버스로 이동하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대표팀 선수들은 신태용 감독이 경기장을 떠난 이후에도 수십 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같은 시간 라커룸에선 대표팀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이 후배들을 향해 쓴소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기성용은 "오늘 경기에서 실수가 많이 나왔다"며 "이런 실수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되풀이된다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 부분을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답변 내용은 날카로웠다.
그는 "우리에겐 한국 축구의 미래가 달려있다. 진지하게 임하지 않으면 2014년 브라질월드컵 같은 결과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후배들에게 남자답게 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기성용은 전반전을 마친 뒤 라커룸에 들어갈 때 주장 완장을 던지는 등 다소 과격한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과 팀 경기력에 실망한 눈치였다.
그는 "오늘 경기장에 많은 팬이 찾아왔는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그랬다"면서 "(사전캠프인) 오스트리아에서 좀 더 집중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기성용은 이날은 스리백 라인의 센터백 역할을 맡았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기성용에겐 생소한 자리다.
그는 "이틀 훈련한 뒤 해당 포지션을 맡아 쉽지 않았다"면서 "위치 선정과 라인 간격 조절 등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표팀엔 수비 조직력 훈련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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