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안정·경제부흥 등 과제 산적…G7 정상회의로 국제무대 데뷔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법학 교수 출신의 정치 신인 주세페 콘테(53)가 1일 이탈리아 대통령궁에서 선서를 하고, 전임 총리로부터 총리를 상징하는 작은 종을 넘겨받음으로써, 서유럽 최초로 탄생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를 이끌 총리로 정식 취임했다.
지난 달 21일 반체제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 공동 정부를 이끌 총리로 그를 추천하며,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 꼭 열흘 만이다.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8/06/02/AKR20180602001500109_02_i.jpg)
현재 피렌체대학 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열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2차례나 총리 후보로 지명되는 진기록을 남기며 우여곡절 끝에 총리직에 올랐다.
총리로 지명된 당일부터 이력서에 게재한 해외 대학에 허위 수학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그는 지난 23일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정부 구성권을 부여받고 내각 구성에 착수했다.
하지만 내각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적대적인 시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가 명단을 제출한 각료 가운데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 파올로 사보나를 거부하자, 지난 27일 정부 구성권을 전격 반납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대통령은 이후 과도 중도 내각을 이끌 새로운 총리 후보로 국제통화기금(IMF) 고위 관료를 임명했으나, 지난 31일 오성운동과 동맹이 내각 수정안에 전격 합의하며 연정 불씨가 극적으로 되살아난 덕분에 콘테는 총리로 다시 부름을 받게 됐다.
![](http://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8/06/02/AKR20180602001500109_03_i.jpg)
무명의 법학 교수에서 일약 정부를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된 콘테 지명자는 남부 풀리아주의 작은 마을 태생으로 젊은 시절에는 좌파 정당을 지지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로마 '라 사피엔차 대학' 재학 시절 교황청이 운영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등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도 알려진 그는 별거 중인 부인과의 사이에 열 살 난 아들을 두고 있다.
그는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의 개인 변호사 역할을 맡으며 오성운동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악명높은 이탈리아의 관료주의를 뜯어고치기 위해 400개의 불필요한 법을 폐지하겠다는 오성운동의 총선 공약을 입안한 것도 그였다.
이 덕분에 그는 오성운동이 총선 전 공개한 내각 후보 명단에 공공행정·탈관료주의 부처의 장관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콘테 총리는 내주 초로 예정된 상원과 하원 신임투표를 통과한 뒤 본격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의 앞에는 무수한 국내외 과제가 산적해 있어 숨돌릴 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며 지난 며칠 간 요동쳤던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고, 주변국에 비해 성장이 지지부진한 이탈리아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에 시급히 착수해야 한다.
오성운동과 동맹이라는 가치관과 지향점이 상이한 이질적인 정치 집단을 조율해 정부를 끌고 가는 일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콘테 총리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통합형 리더십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정치 경험이 전무한 그가 노동경제부 장관으로 입각한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 내무부 장관직을 맡은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라는 두 실세 장관들의 틈에서 독립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실상 '꼭두각시'로 전락할 것이라는 시각도 엄존한다.
재정지출 확대와 EU와의 주요 협정 재협상을 천명한 포퓰리즘 정권을 우려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EU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전쟁의 파고에서 자국의 이익을 어떻게 지킬지 등은 당면한 대외적인 과제로 꼽힌다.
당장 다음 달 8∼9일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달 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는 콘테 총리의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