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말레이 이어 스리랑카·네팔서도 일대일로 사업 좌절

입력 2018-06-02 12:07  

중국, 말레이 이어 스리랑카·네팔서도 일대일로 사업 좌절
中 일대일로 인프라사업, 부채확대·주권침해 경계감 확산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동남아, 서남아 일대에서 벌이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경계감이 급속히 확산되는 모양새다.
2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따르면 K.J. 위라싱헤 스리랑카 무역협상 대표는 중국과 4년간 벌여온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10년 후 협정 재심의 조항에 중국이 동의하지 않음에 따라 결렬 위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스리랑카는 중국의 '진주 목걸이' 해상 실크로드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남부 함반토타 항만의 지분 85%와 99년 운영권을 중국에 넘긴 곳이다. 최근 함반토타항 이용률이 크게 떨어지며 투자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위라싱헤 대표는 "양국 간 FTA 협상과 관련해 지난해 3월 이후 장관급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실무급 협의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양국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상품 관세 감면, 서비스시장 개방, 쌍방향 투자보호 등을 내용으로 한 FTA 협상을 진행해왔다.
스리랑카는 양국 간 FTA가 자국 기업에 손실을 초래할 경우에 대비해 10년 후 협정을 재심사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중국 측은 협정의 장기 안정성 유지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또 교역상품 품목의 90%에 대해 무관세를 주장하고 있지만 스리랑카 측은 50%에 대해서만 먼저 무관세를 시행한 다음 20년 내 점진적으로 무관세 대상으로 확대해나가자는 입장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에 따라 스리랑카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항만, 도로, 발전소 건설에 나서고 있으나 최근 중국의 투자가 스리랑카의 부채를 늘리고 안보 주권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말레이시아도 지난달 취임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의 주도로 중국이 그간 말레이시아에서 공들여오던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상태다.
말레이∼싱가포르 고속철(HSR) 사업의 취소 결정과 함께 이뤄진 이 결정은 표면적으로 국가부채 확대에 대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지만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담겨 있다.
이로써 중국이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시작해 라오스와 태국, 말레이시아 ECRL을 거쳐 말라카해협으로 이으려던 일대일로 동남아 운송망 구축계획이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중립노선을 취하고 있는 네팔도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 경고등을 켰다. 네팔 정부는 최근 중국 싼샤(三峽)그룹에 건설을 맡겼던 수력발전소 사업을 회수해 자국이 직접 건설하기로 했다.
유바라지 카티와다 네팔 재무장관은 "우리는 네팔 국내 자원을 동원해 서부 세티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연도별 예산계획을 함께 밝혔다. 이로써 싼샤그룹이 16억 달러를 들여 2022년까지 세티강 상류에 건설하려던 750MW 규모의 수력발전 계획은 취소됐다.
네팔은 앞서 중국 기업이 25억 달러를 투입해 부디 간다키에 지으려던 1천200MW 규모의 수력발전소 계획도 지난해 11월 취소시킨 바 있다. 바르사 만 푼 네팔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8일 부디 간다키 프로젝트에 대한 재입찰 계획을 밝혔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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