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위축 전망에 WTO 무역전망지수 1년반 만에 최저로 하락
OECD도 "무역 장벽으로 투자·일자리 감소" 우려…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자유 무역을 저해할 보호무역주의라는 초대형 악재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유럽, 캐나다, 멕시코에 동시다발로 관세 폭탄을 쏘아 올리면서 무역전쟁의 전선이 전 세계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가 보복 관세를 주고받으며 통상 장벽을 높이면 세계 무역이 위축되고 글로벌 경기 회복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3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무역전망지수(WTOI)는 101.8로 집계돼 2016년 4분기(100.9) 이후 1년 반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WTOI는 2017년 1분기 102.0, 2분기 102.2, 3분기 102.6으로 꾸준히 상승하다 4분기 102.2, 2018년 1분기 102.3으로 지난해 말부터 주춤한 데 이어 2분기 101대로 떨어졌다.
WTO는 "이번 분기에 WTOI가 기준치 100을 웃돌아 무역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1분기보다는 둔화할 것"이라며 "이는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별로는 농업 원자재 95.9, 자동차 제조 및 부품 97.9, 수출 주문 98.1 등이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이들 분야는 올해 1분기만 해도 각각 100.8, 101.0, 102.8로 나란히 100을 상회했으나 2분기엔 일제히 전 분기보다 하락했다.
WTOI가 100을 웃돌면 무역 성장세, 100을 밑돌면 무역 감소세가 전망된다는 뜻이다.
이같이 세계 무역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경고했던 관세 폭탄이 이달 들어 속속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6월 1일부터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의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이어 오는 15일에는 중국을 상대로 5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들 상대국이 즉각 WTO 제소, 보복 관세 등의 맞불 대응에 나서면서 이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무역전쟁은 태평양, 대서양, 미주 대륙을 넘나들며 동시다발로 확산하게 됐다.
특히 세계 1·2위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을 포함해 경제 강국들이 줄줄이 통상 장벽을 높이면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격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해 5천740억 달러 규모를 수출해 세계 6위 수출국에 올랐다. 이는 전년보다 두 계단 뛰어오른 것이다. 연간 증가율은 15.8%에 달해 세계 최고 속도를 보였다.
실제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무역 흑자를 낮추라는 미국의 압박에 따라 총수출을 10% 줄이면 아시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1.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가별로는 대만 GDP 성장률이 1.9%포인트 하락해 최대 피해국이 되고, 말레이시아는 1.3%포인트, 한국은 0.9%포인트가 각각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오히려 무역 갈등의 당사국인 중국의 하락 폭은 0.3%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국이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소비 주도로 경제 구조 전환을 추진 중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데 대해 경고음을 냈다.
OECD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8%로 하향 조정했다.
OECD는 하향 요인 중 하나로 "무역 규제 공포가 신뢰에 부작용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실제로 규제 조치가 이행되면 투자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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