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음란물 아니다"…강남 한복판 '상의탈의' 여성권 시위

입력 2018-06-02 15:06   수정 2018-06-03 08:46

"내 몸은 음란물 아니다"…강남 한복판 '상의탈의' 여성권 시위
시민들 "이해한다" vs "방법 지나쳐"…경찰, 공연음란죄 등 처벌 검토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2일 여성단체 회원들이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상의를 벗는 퍼포먼스를 벌이다 경찰에 곧바로 저지당했다.
시민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은 이날 오후 1시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의 반라 사진을 삭제하는 이 회사의 규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서 '상의탈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활동가 10명은 취재 카메라 앞에서 상의를 완전히 벗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 가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몸에 한 글자씩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쓴 상태였다.
또 '내 의지로 보인 가슴 왜 너가 삭제하나', '현대판 코르셋에서 내 몸을 해방하라' 등의 내용이 적힌 종이를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였다.
하지만 이들이 상의를 벗자 경찰이 곧바로 이불을 가져와 가리면서 퍼포먼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활동가들은 "가리지 말라",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왜 가리느냐", "왜 억압하느냐" 등으로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이들은 경찰과 10여 분간 신경전을 벌이고서 퍼포먼스를 마무리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26일 열린 '월경 페스티벌' 행사에서 상의탈의를 진행하고, 이때 찍은 사진을 사흘 뒤인 29일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해당 사진을 삭제하고 '나체 이미지 또는 성적 행위에 관한 페이스북 규정을 위반했다'며 계정 1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페이스북은 여성의 나체는 음란물로 규정하면서 남성의 사진은 삭제하지 않는다. 이런 차별 규정은 없어져야 한다"며 "남성의 나체를 허용하는 것과 같이 여성의 나체도 허용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날 시위를 지켜본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시위를 목격한 허모(29·여)씨는 "여성의 신체 특성이 있긴 하지만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모습을 성적으로 보는 것은 차별이라고 생각한다"고 호응했다.
근처 카페에서 시위를 지켜봤다는 20대 남성 역시 "취지 자체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며 "다소 지나치게 보일 수 있지만 건강한 사회적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눈살을 찌푸리는 시민도 있었다. 한 40대 남성은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시위를 봤는데 너무 깜짝 놀랐다"며 "공공장소에서 이런 시위를 하는 것은 방법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사회 통념이란 것도 있지 않으냐"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공연음란죄 등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e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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