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m 굴러간 승합차에 달려가 사이드브레이크 잡아 2차 사고 예방
신호등 없는 교차로·교량 앞두고 차량 멈춰…경찰 감사장 검토
(보령=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교통사고 후 의식을 잃은 운전자를 태운 채 굴러가던 승합차를 30대 남성이 맨몸으로 막아 2차 사고를 예방했다.
2일 충남 보령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0분께 보령시 동대사거리에서 직진하던 승합차가 측면에서 오던 차량과 충돌했다.
그 충격으로 승합차가 도로 위를 한 바퀴 굴렀고, 이 과정에서 승합차 운전자(79)는 조수석으로 자리가 옮겨진 채 정신을 잠시 잃었다. 운전석이 빈 상황이 됐다.
문제는 운전석이 비었지만, 주행모드(D)에 기어가 놓인 승합차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출근길에 이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본 손호준(35) 씨가 자신의 차에서 내려 승합차로 급히 달려갔다.
손씨는 조수석에 있는 운전자를 깨워 차량을 세우려 했지만, 고령에 심한 충격을 받은 운전자는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다급한 마음에 차 앞뒤를 뛰어다니며 맨몸으로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사이 승합차는 사고 지점에서 360m나 굴러갔다.
그때 차량 옆을 달리던 손씨가 '펄쩍' 뛰어올라 부서진 조수석 유리창 너머로 손을 뻗어 차량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기는 기지를 발휘했다.
바로 100m 앞에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와 다리가 있었고, 내리막이 시작하는 구간이었다.
잠시뒤 차량이 멈추고, 119 구급대가 도착해 차량 운전자들 병원에 이송했다. 운전자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바로 앞에 교차로와 다리가 있어서 사고 차량이 조금만 더 갔다면 2차 사고가 날 수 있었는데 손씨의 용기 덕분에 또 다른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손 씨는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달려갔다"며 "주변에 차도 없었고,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달려가서 차를 세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운전자분이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 운전자 구조를 돕고 2차 사고를 예방한 손 씨에게 감사장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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