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종전선언' 부각에도 신중한 靑… "북미합의가 먼저"

입력 2018-06-03 12:19   수정 2018-06-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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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종전선언' 부각에도 신중한 靑… "북미합의가 먼저"

트럼프 종전논의 언급…북미정상회담 계기 문대통령 합류할 수도
공감대 형성 후 차제에 종전선언 하는 시나리오도 지속해서 거론
북미 합의 선행돼야 남북미 회담도 가능… 靑 북미회담 예의주시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서혜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하면서 종전선언을 다룰 가능성도 언급해 다음 주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을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은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이슈를 두고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뤘다는 점을 의미하는 동시에 종전선언에도 상당한 진전을 이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확정 사실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종전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듣기에 따라선 싱가포르 회담 때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시사해 큰 관심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점을 선언하는 동시에 종전선언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문 대통령의 구상이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에 상당히 고무적인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북미 간 설전 속에 갈피를 못 잡던 북미정상회담이 본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북미 간 비핵화 합의 확률이 높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구상에도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미 정상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이 전제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이 결론 났다고 보기는 이르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북한과 미국의 의사를 좀 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결론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비핵화인 데다 '디테일'을 놓고 북미 양자 간 밀고 당기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앞질러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합류 여부를 거론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깔고 있는 화법이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달 27일 김정은 위원장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이에 관해 절제된 언급을 한 바 있다.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라는 가정법을 동원한 뒤 "남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라고 희망을 밝히는 형식을 취한 거다.

<YNAPHOTO path='PYH2018060206750001300_P2.jpg' id='PYH20180602067500013' title='김정은 친서 받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caption='(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가져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보여주고 있다. 2018.6.2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연합뉴스] <br>photo@yna.co.kr'/>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 종전선언 가능성 언급으로 미뤄볼 때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에 적어도 이전보다는 더 많이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한다면 그 자리에서 북미 정상과 함께 실제 종전선언을 할 수 있겠느냐, 없겠느냐 하는 것이다.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주고받는 북미 간 빅딜 과정에서 흔히 CVIG(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체제안전보장)로 나아가는 하나의 교두보로도 인식되는 만큼, 신속하게 단행되면 될수록 청와대로선 반길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 일각에선 북미정상회담 성공에 이어 남북미 정상이 만나 종전선언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추후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는 평가를 한다.
6·12 북미정상회담 계기에 꼭 종전선언 문제에 마침표를 찍지 않아도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것처럼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과의 대화로 차제에 종전선언을 마무리하는 것도 얼마든지 그려볼 수 있는 로드맵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감안한다면 문 대통령이 이번에 싱가포르에 가지 않고 북미 정상이 진전시킬 것으로 보이는 종전선언 관련 논의를 바탕으로 남북미 간 실무협의를 거쳐 다른 기회에 종지부를 찍을 확률 역시 낮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이 경우 남북미 정상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그 어느 곳보다 큰 상징성을 지닌 판문점을 비롯해 싱가포르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회담을 여는 문제를 논의해볼 수도 있다.
시기상으로도 종전선언의 상징성과 맞물릴 수 있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이나 제73차 유엔총회(9월 중하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청와대가 고려할 만한 부분으로 보인다.
이같이 다양한 추측과 예상들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직접적 언급을 삼간 채 북미정상회담의 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북미 간 논의는 지금까진 순항했다 해도 작은 변수만으로도 틀어질 수 있는 예민한 협상이므로 청와대는 막판까지 '로키'로 공개적 관여를 삼간 채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흐름인 거다.
실제 북미가 핵심 의제인 비핵화 문제를 놓고 견해차를 좁히고는 있지만 미국을 찾은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협상에서 흔히 있는 레토릭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북미 사이에 간극이 여전하다는 걸 유추해 볼 수 있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전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싱가포르에서 열릴 세기적 만남(북미정상회담)을 설레는 마음으로, 그러나 차분히 지켜보겠다"고 촌평했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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