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 속 낙태죄 폐지 집회…"생명담보로 한 출산강요 중단"

입력 2018-06-0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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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 속 낙태죄 폐지 집회…"생명담보로 한 출산강요 중단"
30도 넘는 날씨에 400여명 몰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넘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에 수백 명의 여성이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인공임신중절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모임 '비웨이브(BWAVE)'는 3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임신중단(낙태) 전면 합법화' 촉구 집회를 열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많은 논쟁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의 삶을 앗아간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임신과 출산에는 위험 부담이 따르며 이 과정에서 생명을 잃는 여성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며 "삶을 담보로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인구정책 수단으로 여성 신체 사용 말라", "한 인간의 인생 설계, 국가는 간섭말라" 등 구호를 외치고 '낙태죄 위헌결정 촉구',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등 피켓을 들었다.
익명의 여성들로 구성된 임시 단체인 비웨이브는 지난해부터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왔다. 비웨이브의 집회는 지난달 24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조항을 둘러싼 헌법소원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린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경찰은 최근 '불법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에서 주변을 지나던 남성들이 참가자들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참가자들이 소리치며 반발하는 등 소란이 벌어진 점을 고려해 현장에 여성 경찰관들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주최 측은 "특정 단체가 아닌 익명 여성들의 모임"이라며 참가자 신원이 노출되는 사진을 찍지 말라고 당부했다.



집회가 열린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0.8도를 기록한 가운데 참가자들은 검은 옷을 입은 채 천막 아래 앉아 번갈아 구호를 외치고 해바라기 씨 모양의 초콜릿을 허공에 던지며 "내가 그 생명이다"라고 외치는 퍼포먼스를 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해바라기 씨의 크기가 임신 7주째의 태아의 크기인 7㎜ 정도인데, 태아보다 여성의 삶과 생명이 더 소중하다는 뜻을 담아 해바라기 씨 모양 초콜릿을 던지는 것"이라며 "소중한 생명은 태아가 아니라 여성들"이라고 설명했다.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나들이하던 중 집회 현장을 목격한 권 모(50) 씨는 "(낙태죄 폐지 찬반) 양쪽 의견이 다 일리가 있어서 뭐가 맞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 씨는 집회 현장을 잠시 지켜본 뒤 "내용을 듣다 보니까 아무래도 (낙태죄를) 폐지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는 오후 4시 30분을 기준으로 주최 측 추산 400여 명이 참석했다. 비웨이브 관계자는 "이달 10일 열리는 다음 집회에 총 2천 명이 참석하겠다고 밝힌 상태"라고 말했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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