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中 후원 항만프로젝트 재검토하나…"운영권 상실 우려"

입력 2018-06-04 10:32   수정 2018-06-04 14:06

미얀마, 中 후원 항만프로젝트 재검토하나…"운영권 상실 우려"

FT "미얀마, 9조6천억 규모 차우퓨 심해항 건설 프로젝트 재검토"
말레이 마하티르 총리도 지난달 中 주도 철도사업 재검토 선언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미얀마 정부가 중국이 후원하는 90억 달러(약 9조 6천억 원) 규모의 차우퓨 심해항(深海港) 건설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건설비용이 부담인 데다 만일 중국으로부터 빌린 건설비용을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오면 항만 운영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 산 수 치 국가자문역이 이끄는 미얀마 정부 내 논의 과정을 알고 있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의 경제 관리들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건설 예정인 차우퓨 심해항 프로젝트 비용을 줄이기 위해 협상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차우퓨 심해항은 중국이 미얀마를 거쳐 인도양에 다다를 수 있는 무역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는 항구다. 이 항구가 건설되면 중국의 기업들은 믈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 육로를 통해 상품을 인도양으로 실어나를 수 있게 된다.



중국은 이미 차우퓨와 윈난(雲南) 성 성도인 쿤밍(昆明)을 잇는 770여 ㎞의 송유관과 가스관을 통해 원유와 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차우퓨 심해항 프로젝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9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는 차우퓨 심해항 프로젝트는 미얀마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건설 프로젝트로 꼽힌다.
미얀마 정부의 경제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신 터널 호주 매콰리대 경제학과 교수는 "차우퓨 심해항 건설 프로젝트는 미얀마가 사회간접자본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프로젝트는 얼핏 봐도 금융비용이 과도하고 결국 금융비용 때문에 미얀마 정부에 엄청난 위험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우퓨 심해항을 건설하는 데는 약 75억 달러가 소요되고, 인근 차우퓨 경제특구 조성에 20억 달러의 추가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FT는 전했다.
차우퓨 심해항 건설 프로젝트는 중국 최대 국영기업인 중국 국제신탁투자공사(CITIC) 주도의 컨소시엄이 추진하기로 예정돼 있다.
CITIC는 2015년 이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입찰에 성공해 70%의 지분을 확보했다. 나머지 30%의 지분은 미얀마 정부와 미얀마의 회사들이 갖고 있다.
미얀마 정책입안자들이 차우퓨 심해항 프로젝트를 '악몽'으로 여기고 있으며, 중국으로부터 빌린 건설비용을 갚지 못할 경우 항만에 대한 통제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게 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정부 내 논의 과정에 정통한 한 외국 관리는 전했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프로젝트가 잘 추진되지 않으면 (미얀마 정부가) 디폴트의 위험에 빠지고 결국 중국이 항만을 소유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남부 함반토타 항을 중국으로부터 돈을 빌려 조성했지만 빚을 갚지 못하자 작년 중국에 임차형식으로 항구
운영권을 99년간 넘겨 주었다.
최근 들어 이러한 사회간접자본의 '중국 종속'을 우려해 중국과 공동으로 추진하던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마하티르 모하맛(93)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달 27일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이 일대일로의 목적으로 야심 차게 추진하던 사업이다. 윈난 성 쿤밍에서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말레이시아를 관통해 전략적 요충지인 믈라카 해협의 무역항인 클랑까지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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